일주일에 한두 번은 읍내에 간다.
메모지에 그날 찾아 갈곳과 시장을 볼 품목들을 주욱 적어서 일일이 확인을 한 다음 개량 한복을 걸치고
차에 앉는다. 이렇게 자세하게 적어서 시장엘 가도 꼭 한두 건은 잊어 먹고 빠뜨릴 때가 많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인데도 초기치매현상인지 헷갈릴 때가 많아 짜증이나기도 한다.
가을바람이 싸늘하지만 기분은 햇살처럼 빛난다.
먼저 곤색 두루마기를 맡기러 세탁소에 들리고 종회장의 사무실로 간다.
회장님의 연주실이기도한 건물 3층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무릎이 안 좋은 나로서는 여간 힘든게 아니다.
헐떡이며 오른 3층 복도에 들어서면 예의 그 아름답고 흥겨운 전자오르간의 선율이 귓전에 파고들고 노추에
흥마져 나서 어깨를 들썩인다. 늘 시무룩한 일상에 음악이란 중요한 기분전환의 요소인 것 같다.
음악적인 재질이 뛰어나 1년이 채 안 되었는데도 악보 없이 연주가 가능하다는 회장님의 연주솜씨는 가히
일품이라 요양원이나 노인단체에 재능기부로 팔순이 다 된 나이로 봉사할동이 젊은이 못지않다.
연주실 벽에는 시장으로부터 받은 봉사상이 즐비하고 늘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긍지가 부럽기도 하다.
상당한 노익장이다.
옛날 우리 마을에는 초가을이 되면 노래자랑이라는 동네 잔치가 있었다. 호야불을 여기저기 달아 놓고 동네에서
좀 까부는 청년이 하나 나와 사회를 보면서 노래자랑을 진행하는데 나도 출연하여 배호가 부른 누가 울어를 불러
예선 탈락한 적도 있었다. 그때야 반주기가 있는것도 아니고 동민들의 박수를 연주삼아 돼지 멱따는 소리로
가을밤을 길게길게 불러 제끼는 것이었다.밤이 이윽하도록 진행된 노래자랑은 남은 결선자의 쉰목소리가 어둠에
잠겨야 끝이났다. 단연 동백아가씨를 부른 향숙이가 당당히 일등을 했고 번쩍이는 금빛 냄비를 안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후 소문엔 국민학교 졸업한 몇 해 후에 혼인을 했다는 소문을 듣고 중3인 우리들은
저윽이 놀랬던 기억이 있다. 하긴 그 때야 국민학교 동기들이라도 서로 나이를 잘 몰랐고 지나고 나서야 소문으로만
알았던 사실이지만 다섯살 일곱살 많은 동창이 간간이 있었던 건 그 때는 몰랐던 사실이다.
지금에사 생각해 보면 가을 운동회 때 이어달리기 경주라도 할라치면 내 다음 주자인 옥선이가 출렁이는 젖가슴을 안고
부끄러운 얼굴로 바통을 쥐어 주던 모습이 생각나 지금도 얼굴이 자못 붉으레 해진다.
독감주사도 무료라하니 내과에 들러 의사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주사를 맞았다. 예전에 비하면 참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거듭거듭 드는 세상이다. 임플란트니 백내장이니 항암치료등이 거의 보험처리로 가벼워졌고 안 죽고 오래오래
사는 것이 상책이라는 보험공단 직원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김치찌게꺼리로 돼지앞다리 살을 몇 봉지 분할해서 사고 양파와 노루궁뎅이 버섯도 호기심에 한 봉지 샀다.
토실한 멜론이 생각보다 싸서 한 개 사고 가을사과도 한 봉지 샀다. 판매원이 화장실 물때제거에 탁월하다는
턱밑의 하소연에 할 수 없이 속는 셈치고 한 통 샀다.
코스모스 줄지어 선 월정교 옆길을 따라 달리는 귀가 길, 하루치의 가을이 저 만치 눕는다.
문천의 햇살이 반월성을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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