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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관한 옛시조

by 은빛지붕 2010. 4. 9.

          술에 관한 옛시조

                        

        술이 몇 가지요 청주와 탁주로다
        다 먹고 취할선정 청탁이 관계하랴
        달 밝고 풍청한 밤이어니 아니 깬들 어떠리
        < 신 흠 >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 덧시름 잊을일 의논코자 하노라
        < 김 육 >

       

        대추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뜻 들으며
        벼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익자 체장수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하리
        < 황 희 >

       

        한잔 먹세그려 또 한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 정 철 >

       

       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이야 박주산챌 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 한석봉 >

       

       꽃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네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 완월장취 하려뇨
       < 이정보 >

      

       곡구롱 우는 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보니
       작은아들 글 읽고 며늘아기 베 짜는데 어린손자 꽃놀이한다
       마초아 지어미 술 거르며 맛보라고 하더라
       < 오경화 >

       

       잔들고 혼자 앉아 먼 뫼를 바라보니
       그리운 님이 오다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씀도 우움도 아녀도 못내 좋아 하노라
       < 윤선도 >

       

       적설이 다 녹도록 봄 소식을 모르더니
       귀홍은 득의 천공 활이요 와류는 심생 수동요라
       아이야 새술 걸러라 새봄맞이 하리라
       < 김수장 >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 하노라
       < 임 제 >

       

       재너머 성권농 집에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 타고
       아해야 네 권농 계시냐 정좌수 왔다 하여라
       < 정 철>

       

       술을 취케 먹고 두렷이 앉았으니
       억만 시름이 가노라 하직한다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시름 전송하리라
       < 정태화 >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할 이 뉘 있으며
       의원이 병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 하랴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 김창업 >

       
      
       도화는 흩날리고 녹음은 퍼져 온다       
       꾀꼬리 새노래는 연우에 구을거다
       맞추어 잔 들어 권하랄 제 담장 가인 오도다
       < 안민영 >
      
       

       엊그제 덜 괸 술을 질동이에 가득 붓고
       설 데친 무우 나물 청국장 끼쳐 내니
       세상에 육식자들이 이 맛을 어이 알리요
       < 김천택 >

       

       주인이 술 부으니 객을랑 노래하소
       한잔 술 한 곡조씩 새도록 즐기다가
       새거든 새 술 새 노래를 이어 놀려 하노라
       < 이상우 >

       

       오늘이 무슨 날이 노부의 현고신이로다
       술 빚고 벗 있는데 달이 더욱 아름다워
       아희야 거문고 청쳐라 취코 놀려 하노라
       < 정내교 >

       

       청류벽에 배를 매고 백은탄에 그물 걸어
       자님은 고기를 눈살 같이 회쳐 놓고
       아희야 잔 자로 부어라 무진토록 먹으리라
       < 윤 유 >

       

       술 깨어 일어 앉아 거문고를 희롱하니
       창 밖에 섰는 학이 즐겨서 넘노는다
       아해야 남은 술 부어라 흥이 다시 오노매라
       < 김성최 >

       

       거문고 술 꽂아 놓고 호젓이 낮잠든 제
       시문 견폐성에 반가운 벗 오도괴야
       아해야 점심도 하려니와 외자 탁주 내어라
       <김창업 >

       

        공명이 그 무엇인가 욕된일 많으니라
        三盃酒(삼배주)一曲琴(일곡금)으로 사업을 삼아두고
        이 좋은 태평연월에 이리저리 늙어리라
        < 김천택 >

       

        태백이 술 실러 가더니 달 지도록 아니 온다
        오는 배 귄가 보니 거물 실은 어선이로다
        아희야 잔 씻어 놓아라 하마 올 까 하노라
       < 작자 미상 >

       

       앞 내에 고기 낚고 뒷 매에 산채 캐어
       아침밥 좋이 먹고 초당에 누웠으니
       지어미 잠깨워 이르되 술맛 보라 하더라
       < 작자 미상 >

       


      막걸리 / 詩 천상병 / 낭독 양동근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 한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달에 한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가지 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 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느님의 은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