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해마다 가을 찬바람이 불어오면 마음을 착 가라앉게 만든다.
땀을 흘리는가 싶다가도 그늘만 찾으면 금방 땀이 마르고 어깨가 시려온다.
가을이 오면 늘 찾아오는 느낌이 있다.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처럼
가을바람이 슬슬 불고 낙엽이 떨어져 뒹굴면 자신도 모르는 외로움이 엄습해 오는 것이다.
매년 가을을 타는 남자가 되는 것이다.
가을에만 느끼는 이 고독의 시간은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며 마음은 더욱 둥글래진다.
그리고 외롭고 아픈 사람을 품고 싶은 너그러운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아마 여자 같으면 굉장히 헤픈 마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날씨가 추워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듯
늦가을이 오면 그저 마음이 기댈 곳이 필요한 것이다.
마음이 가을 찬바람에 힘든 것이다.
마음이 힘든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도 아니다.
그런 세속적인 차원은 아닌 것 같다.
옆에 누군가 항상 함께 있지만 결국엔 나 혼자임을 느끼는 존재자체의 고독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피 할 수 없는 혼자만의 고독과 외로움 막연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삶의 문제가 가을이 주는 계절의 선물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외로움과 고독은 이 계절에 문득 찾아온다.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정신과 육체를 뒤덮기도 한다.
가을이 주는 선물치고는 너무 무겁고 버겁다.
이 가을이 후딱 지나가고 찬바람 씽씽 불면 가을의 고독마저도 우리의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어준 인생의 계급장처럼 느껴질 것이다.
늘 서늘한 바람을 몰고 외로움 같은 높은 하늘을 펼쳐 보이는
가을의 존재는 해마다 색다른 경험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형언 할 수 없는 허전하고 외롭고 섭섭한 감정의 세계는 나의 곤고한
영혼의 세계를 더욱 다 잡으며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그리움 같은 언약과 소망을
붙잡게 해 주기 때문이다.
가을이 주는 이 모든 것을 깊은 인내로서 조용히 참고 내 감정을 조율 하다보면
그 감정의 세계로 넓혀감으로서 먼 옛날 사도 바울이 경험했던 셋째하늘에 이끌리어
말 할 수없는 말을 듣고 볼 수 없는 것을 보았던 것처럼 나 또한 내 영혼의 가시처럼
가을이 주는 고독과 외로움으로 힘들었던 순간마다 하나님주신 그 영의 세계로
가을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노력이 아닌 하나님의 선물이니 늘 찬 바람 불어오는
가을이 오면 존재자체의 고독과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소망과 꿈을
기다리며 펼쳐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