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에 대하여
그를 애타게 기다린 적이 있었다.
스무 살 때는 열손가락 활활 타는 불꽃 때문에
임종에 가까운 그를 기다렸고
내 나이 농익은 삼십대에는
생살을 좍 찢는 고통 때문에
나는 마술처럼 하얗게 늙고 싶었다.
욕망의 잔고는 모두 반납하라
하늘의 벽력 같은 명령이 떨어지면
네 네 엎드리며
있는 피는 모조리 짜 주고 싶었다
피의 속성은 뜨거운 것인지
그 캄캄한 세월 속에도
실수로 흘린 내 피는 놀랍도록 붉었었다
남은 정열을 소각하라 전소하라
말끔히 잿가루도 씻어내려라
미루지 마라
나의 항의 나의 절규는
전달이 늦었다
20년 내내 전갈을 보냈으나
이제 겨우 떠났다는 소식이 당도했다
이젠 마음을 바꾸려는
그 즈음에
시 : 신달자 ' 늙음에 대하여 '
내 청춘이 떠나가네.
한편의 시를 따라
어느 운율에서 또 다른 운율로,
내 청춘은 가네.
두 팔을 흔들며 내 청춘이 떠나가네.
말라버린 샘물가로
그리고 버들가지 치는 사람들이
내 젊음을 거두어들이네.
우린 이제 숲에 가지 못하리.
축제 때의 소녀들을 꿈꾸며 노래하던
시인의 노래와 하찮은 후렴구,
그리고 어설픈 싯구들
난 그 시들의 제목조차 잊고 있다네.
우린 이제 숲에 가지 못하리.
내 정겨운 제비꽃이여
오늘, 비가 내려 우리의 지나간
흔적을 지우고 있네.
그렇다 해도 아이들의 기억 속에는
많은 노래들이 있다네.
하지만 난 그 노래들을 모른다네.
내 청춘이 떠나가네.
기타에서 울리는 선율을 따라
나의 청춘이 끝나가네.
조용히, 느린 걸음으로
내 청춘이 떠나가네.
내 청춘의 밧줄은 끊어졌다네.
그 시절 속에는 한창 때의
내 젊음이 간직되어 있다네.
우린 이제 숲에 가지 못하리.
가을이 다가오네.
나는 봄을 기다리리. 우울함을 달래며
봄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으리.
이토록 내 마음이 떨리는 것은
밤이 되기 때문이라네.
우린 이제 숲에 가지 못하리.
우린 이제 함께 가지 못하리.
내 청춘이 떠나가네.
그대 발걸음에 맞추어
그렇다 해도 그대가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내 청춘이 그대와 비슷한지를
하지만 그대는 그걸 모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