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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법정 스님을 뵈었다.

은빛지붕 2022. 10. 24. 22:03

 

나처럼 깊은 산속까지 다녀 올 수 없는 중생들을 위해 스님의 거처를 책속에 옮겨 놓고 가신 덕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나처럼 중심이 약한 사람은 사람을 골라 만나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간밤에는 술을 마시고 배를 채우느라 머릿말만 읽다가 던져 두었던 것을 아침에 한 두어 페이지 읽었는데,

깊은 계곡물에 세수라도 한 사람처럼 정신이 확 깬다. 어떤 이의 정신속에는 수렁이 있다.

끈적끈적한 점액질의 불쾌한 진흙 수렁이 있어 무심코 딪은 발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내 정신과 마음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린다. 나는 어떤 까닭인지 집이며, 차, 세속적인 성공과 허영으로 부터 마음이 떠나 있을 때

여유와 홀연한 충만감에 이르곤 했는데 채우기에 급급한 벗들을 만나면 나또한 무엇인가에 급급해지고

채우자고 마음을 먹으면 까마득한 나의 허허로움을 마주보며 당황스럽게 된다.

그들이 무슨 악한이고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돌아보고 스스로를 깨우지 않는 어리석음이 서로 만난 탓이라

여겨진다. 때론 중심이 약하다는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스님처럼 중심이 선한, 혹은 밝은, 또 혹은 청정한 사람을

만나면 금새 동화가 되기 때문이다. 지구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자신과 대화를 하는 사람과 자신과 전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사람이 있다. 자신과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은 남과도 진정한 대화에 이르기 힘들다.

그의 의견과 주장과 행동은 진정한 자기 자신의 의견과 별로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과의 진정한 관계에 이르지 못하고 항상 남과의 관계에 머무르며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와 영향력을 믿고

의지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전에 노래방을 다니며 번 돈으로 낮에는 백화점에 가서 수십만원짜리 옷과 액세서리를

쓸어 담듯이 사는 여자와 이웃하여 살아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녀의 직업에 대해 아무런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번개탄을 피우고 죽는 어머니 보다 위대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몸이라도 팔아야 했다면 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팔지 않는게 뭐가 있다고 하필이면 그녀가 가진 전부 일 수도 있는

몸을 팔았다고 돌을 던지겠는가? 오히려 그녀와 같은 직업을 경멸하면서 단지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서 남편의 눈을

속이고 애인을 가지고, 스스로는 무슨 숭고한 사랑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일반 주부들과 여성들이 더

자신의 저고리가 아닌 옷을 입고 사는 것 같다.

집과 차와 옷과 맛나는 음식과 근사한 여행지와 자식과 남편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녀들 틈에서

그모든 있어야 마땅한 것 같은 것들이 내게 없을지라도 스님처럼 없음으로 인해 더 당당하고, 

가능하다면 더 덜어놓기 위해 정진할 비범함이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돈이 있나 뭐가 있나 무엇으로 내게 인연된 사람을 복 되게 하랴? 

따뜻하게 대하고 환하게 대하고, 진정으로 대하자.

베풀것이 마음 뿐이라면 마음이라도 온전히 베푸는 하루가 되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