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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는건 죄가 아니다.

은빛지붕 2023. 2. 19. 00:12

가난의 실체는 사실, 벌레 나오는 좁고 오래된 집이나 낡은 옷,

반지하 월세방 같은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것은 잠을 깨우는 카드값 독촉 전화 문자로부터 시작해서 이가 아플 때 치과에 못 가는 것,

뭐 하나 하려 해도 몇 천 원을 따지고 계산하게 되는 것. 사랑하는 사람한테 못 해주는 죄책감,

지인에게 이번 한 번만 ‘구걸’해야 하는 비루함과, 자존감의 상실 그리고 두려움이다. 

 

혹은 옳지 않고 쓸데 없는 일을 계속해야만 하는 바보 같음,

그리고 거기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자유가 없을 때, 선택권이 없을 때 우린 정말 가난하다고 느낀다.

 

과연 얼마만큼 벌어야 그 비루함을 끝낼 수 있을까?

가난의 실체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없어서’ 생기는 현상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낮은 자존감과,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과 부자유 그 자체다. 

 

이가 아플 때 치과에 갈 수 있는 돈은 따질 수 있을지언정

두려움에 지불해야 하는 값은 온전히 사람 자신에 달렸다.

심리적 노예 상태라면 돈의 많고 적음은 가난과 풍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돈을 버는 대신 스스로의 도덕을 포기해야 하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중소기업 다니는 젊은 친구도 월세 내면 생활비가 빠듯하다.

빚을 끼고 산 아파트와 자동차를 갖고 있는,

그러나 아이 보육비에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중산층 친구도,

월급 줄 돈을 걱정하고 있는 '사장님'도 모두 '가난'하다고 여긴다. 

 

지금 가난하지 않은 자 누군가? 누구나 돈이 모자란다.

 

지금 시대 돈이 없는 건 죄가 아니다.

아무리 부지런히 잠 안자고 일해도 겨우겨우 빚도 메꿀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을 할 것이고

아무리 높은 스펙을 쌓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도 적절한 직장에 취직할 수 없는

신기한 경험도 할 것이고 많이 버는 것은 같은데 그저 인간 노릇 좀 하고 꼭 필요한 생활비만 쓰는데

귀신처럼 돈이 사라져 버리는 경험을 할 것이다.

 

턱없이 높은 집 대출금과 월세를 내기 어려운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사람들은 우린 돈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쉽게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죄인이 되곤 한다.

하지만 돈이 없는 것은 당신의 죄가 아니다. 돈이 없고 빚이 많은데, 나만 그러면 내 문제다.

근데 내 주변도 다들 그렇다면 이건 사회의 문제다. 그럼 전전긍긍하거나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 싸워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