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

말없이 사랑하게 하소서.

은빛지붕 2023. 4. 30. 00:58

 

오늘도 저로 하여금 말없이 사랑하게 하소서.

아무 말 없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잠자코 사랑하게 하소서.

바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보이지 않지만 시원하게 하며 피부에는 느껴지듯이,

겉모습은 보이지 말고 사랑만 나누게 하소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면서 조용히 느껴지게만 되게 하소서.

저의 사랑이 깊고 진실한 것이 될 수 있도록 말없이 소리 없이 사랑만 하게 하소서.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봉사하고, 눈에 띄지 않게 좋은 일만 하게 하소서.

그리고 늘 침묵하는 법을 배우게 하소서.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voice/message)로만 존재했듯이,

모세가 120년간 지도자로 헌신하고서도 느보산 정상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듯이,

행함과 흔적만 남고 본체는 보이지 않게 하소서.

 

 

오늘도 저로 하여금 말없이 드러나지 않게 사랑을 나누게 하소서.

꾸지람을 듣더라도 변명하지 않고,

마음 상하는 이야기에도 말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하소서.

오늘도 저로 하여금 말없이 사랑하게 하소서.

사람들이 저를 가까이하지 않고 오히려 멀리 떠나 따돌림당할 때,

도움을 주려 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며 말없이 사랑하게 하소서.

 

 

오늘도 저로 하여금 말없이 사랑하게 하소서.

오해를 받을 때, 사랑이 무시당하는 것을 참으면서 말없이 사랑하게 하소서.

슬플 때에도 저의 주변에 기쁨을 줄 줄 알게 하시고,

이웃들의 행복을 더해주도록 마음을 쓸 줄 알게 하소서.

오늘도 사람들의 말이나 태도로 인해 초조해지더라도

제 마음 저 밑바닥에 스며드는 괴로움을 인내로 견딜 수 있게 해 주소서.

저의 침묵 속에 원한이나 날카로운 비탄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언제나 이웃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도록 마음을 쓰게 하소서.

 

 

그럼 왜 말없이 사랑하고 드러나지 않게 봉사해야 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의 삶은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내 원대로 연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요,

내 맘대로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께서 허용해 주신 시간까지 한정된 범위 안에서

누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껴 쓰고 감사하게 쓰고 하나님께 반납해야 되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정말 내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동안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죽을 때는 반납하고 가야지 갖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라고 하는 이 몸도 내 몸이 아니다.

 

 

내 것이라고는 영혼과 삶의 기록뿐이다. 부귀와 권세와 명예도 그대로 놓고 떠나야 한다.

빌려 쓰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겠다. 너무 가지려고도 하지 말아야겠다.

많이 가지려고 욕심부리다가 모두 잃을 수도 있다. 욕심을 버리고 널리 베풀면 오히려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내 것이라고 집착했던 것들을 모두 놓아버리자.

나 자신까지도 그냥 놓아버리자. 모두 놓아버리고 나면 마음이 깨끗이 비워질 것이다.

마음이 비워지고 나면 반대로 이 세상 모두가 내 마음속에 들어차게 될 것이다.

 

 

이제 홀로 있지 말고 내 먼저 누구에게든 말을 걸어보자.

누군가와 함께라면 갈 길이 멀어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 오고 바람 불며 날이 저물어도 함께라면 갈 수 있다.

바람 부는 들판도 건널 수 있고, 위험한 강도 건널 수 있으며, 높은 산도 넘을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손 내밀어 건져주고, 몸으로 막아주고,

마음으로 사랑하면서 우리의 갈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다.

이 세상은 혼자 살기에는 너무 힘든 곳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사랑해야 한다.

또 한 사람의 손이라도 붙잡아야 한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나누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동행하는 데서 위로가 있고, 기쁨이 있고, 감사가 있으며, 다른 이를 환송하고,

나 또한 누군가의 환송을 받으며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임종해 줄 그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그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환송과 작별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먼저 손 내밀어 손을 잡아야 하고 내가 먼저 베풀고 사랑하며 아껴야 한다.

나 혼자 서서 나만 챙기다 보면 모든 사람이 타인이 되고 그들의 생각 속에 나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굳이 호주의 ‘부메랑’을 예시하지 않더라도 갈 왕(往)이 있어야 올 래(來)가

뒤따르고, give가 있어야 take가 가능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