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Jasmine Flower
은빛지붕
2023. 9. 7. 00:05
오랫만에 일하면서 만난 여인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글을 쓴답시고, 사혈처럼 어느 행간에선가 딱 멈추어서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는 잡다한 하소연들을 구구절절 늘어놓으며 내가 치는 맞장구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일기 따위를 쓰며 벽을 대고 주절거리기라도 한다지만 저 사람은 어디에다 저 말을 하겠나 싶어
주의 깊게 들어주려고 애를 쓰는데, 나의 자본화된 의식은 그래서 내게 돌아오는게 뭐냐고 자꾸만 묻게 된다.
내가 미칠 것 같아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게 될 때쯤 그녀들은 갑자기 남편에게 전화가 오거나, 택배가 왔고,
나의 입장을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그녀들의 관점에서 재단하고 나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기 바빴다.
그녀들은 확고부동하고 그렇기 때문에 결론을 늘 가지고 산다. 고민의 가지들은 뿌리처럼 많은 실뿌리를
가지고 풍성한 답을 향하여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지를 않고, 꺽힌 나뭇가지처럼 도 아니면 모다.
사실은 말하고 싶지 않다. 사실은 은근히 그녀들을 나는 경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들 중 누구를 비난해도 그녀들은 그녀들의 동지일 뿐이다.
서로 욕하지만 그녀들은 엘레베이트 거울속에 서로 비친 상들처럼 똑 같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