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Another Brick In The Wall - Pink Floyd
은빛지붕
2023. 9. 19. 00:02
건장한 사내들 팔뚝만한 잉어들이 좀 작위적인 느낌을 주긴
했지만 청계천의 영혼처럼 한가로이 술렁이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학처럼 생긴 커다란새는 어느 강가에서나 석고상처럼 오래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는 그 새처럼도 한 생각을 오래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준비도 없이 천리길을 갔던 경솔함을 진발이 한발 뗄때마다 문책하는 것 같았습니다.
청계천을 걷고 걸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찾아 간 곳이 광화문인지 시청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큰 칼을 찬 이순신 장군 동상이 떡하니 버티고 서서 내려다보던 곳이 광화문인지 남대문인지 잘 모르듯이,
수많은 프랭카드들과 분향소, 각각 진영의 목소리를 담은 글귀들로 도배가 된 장소에 잠시 섰다가 내가
보태려고 온 목소리가 위로부터 나오는 목소리인지, 저 같은 밑바닥의 심장들에서 먼저 울러 나온
목소리인지 잘 모르게 되어서 그만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