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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 테이블

은빛지붕 2023. 10. 29. 00:05

목재소에 다녀왔다. 사장은 나와는 오랫동안 거래했다. 여기를 알 게 된 지도 오래되었다.

목재소는 아주 허름한 건물이다. 사장은 또 한 분 있다. 일란성 쌍둥이 형제다. 두 분은 이 공장을 세웠다.

평수는 약 오십여 평이 되며 천고가 무려 5m는 족히 넘어 보인다. 그러니까 안은 훤한데다가 각종 목공기계가 있다.

하지만 이 목공기계도 그리 많지는 않다. 기계로 미는 큰 대패 같은 것이 있고 나무를 눌러 붙이는 프레스 같은 것이 있다. 여기는 별달리 문단속하지 않는다. 사장은 외근이 잦다. 누가 들렀다가 가거나 뭐가 없어져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값나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일반인은 만질 수 없는 거저 큰 나무와 톱밥과 자르다가 만 각목 같은 것으로

너저분하다. 마침 사장은 있다. 인사했다. 싱긋이 웃으신다. 테이블은 다 만들었고 칠까지 깔끔하다.

내가 미리 온 것은 이미 가져다주었을 때는 값이 더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다.

옮기는 것은 여간 힘 드는 작업이라 사장 얼굴도 보며 인사도 하며 가벼운 흥정 같은 것도 하면서 말이다.

넌지시 물었다. 사장님 이번은 얼마쯤 하면 됩니까? 통나무라 원목만 해도 이십만 원은 안 되겠어요? 그렇다.

우리나라 소나무로 두께 10cm는 족히 되고 넓이가 60이 넘고 길이가 2m에 가까운 테이블이다.

물론 이것만도 아니라 1m 20짜리 작은 테이블도 원목이며 자르고 남은 자투리 원목도 다듬어 놓았으니 가격으로

보자면 얼핏 두드려도 꽤 될 듯싶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 말씀 더 드렸다. ‘얼마지요?’ 하며 물었다.

이때는 긴장감이 돈다. 나는 나무를 어루만졌다. 참 잘 다듬었다. 밋밋하고 아주 고풍스러운 칠까지 하며 나무의

생명이라 나이테까지 선명한 것이 참으로 자연미는 줄줄 흐르는 것이었다. 사장은 굳은 얼굴로 한 말씀 하신다.

사십은 돼야 하지 않겠어요. 나의 눈을 살핀다. 나는 깎고 싶었지만, 이만한 재질은 응당 더 나갈 것인데 딱 받을 것만

불렀다. 말하자면 품삯으로 치면 며칠 한 작업이라 그래도 싸게 불러주신 거다. 나는 좀 뜸을 들이다가 사십을 바로

현금으로 계산했다. 사장은 매우 흡족했다. 그러니 말씀은 아주 붙임 있게 나오시기도 해서 입가는 흐뭇한 미소와

더불어 더 필요한 것은 없는 건지 물어 오시는 것이었다. ㅎ, 사장님 오후 가게에 손님이 좀 많이 찾습니다.

한 네 시나 다섯 시쯤이면 약간 조용합니다. 그때 가져다주시면요. 그리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