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 Straits - Sultans Of Swing
아형이 전화가 왔다.
오늘 오후 세시에 반월성 월정교에서 공연계획이 있으니 시간나면 가을 단풍놀이나 즐기러오라는 얘기다.
유튜브에서 몇 번 공연실황을 본 적이 있어 꼭 한 번 보고 싶던차에 바로 승낙을 해버렸다.
아내에게 물어 보니 반색을 하여 마지않으니 더욱 흥미를 돋군다.
연분홍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끝 없이 이어지고 노오란 해바라기꽃이 반월성 언저리에 오후의 가을햇살을
받아 눈이 부신다. 청춘 남녀들이 인산인해의 꽃을 이루고 반월성을 감고 도는 文川의 긴 꼬리가 윤슬에
허느적이며 형산강으로 흘러 간다.
월정교의 웅장한 木橋 속으로 마루바닥을 밟아 건너가는 흥분이야 즈믄해 전의 신라왕의 행보와 별반 다르지
않는 엄숙한 기분이다. 다리를 다 건너면 넌짓이 경주 최부자가 살았던 교촌마을이 보인다.
소금기 있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고 돌계단을 내려서면 文川에 걸쳐있는 징검다리가 나오고 어정쩡한
걸음의 노추 둘이 손 잡고 엄벙덤벙 건넌다. 징검다리를 건너다 청정한 냇가에 놀고 있는 피래미들도 희롱해 보고
물 속에 흐르는 구름에 문득 현기증이 피어 올라 아찔한 가을이 움찔하기도 한다.
아형의 섹스폰 앙상블 공연이 시작이 되었다. 은빛 스팡글이 반짝이는 무대복을 걸치고 선글래스를 낀 한 쌍의
늙은 나비들이 무대를 사뿐사뿐 누비고 다니는 모습에 수 많은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러대고 "내 나이가 어때서"를
가을 하늘에 높이높이 쏘아 올렸다. 칠십 중반에 대단한 노익장의 모습이었다. 앵콜이 두 서너 번이나 이어지고
"영시의 이별"로 30여분 간의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개운하고 신나는 공연이었다.
대기실에서 만난 아형의 얼굴에는 땀이 흠뻑 젖어 있었다.
이어진 퉁소의 애절한 가을공연이 펼쳐지고 팬풀룻의 엘콘도파사도 가을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늙어도 바쁘게 사는 것이 건강을 잘 지키는 것 같다. 요즘은 칠십이 넘어도 다들 바쁘다.
걸을 수 있을 때 다들 열심히 산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잘 알아서들 산다. 사정에 맟추어 잘 먹고 잘 논다.
이 나이때면 불과 수 십년 전만 해도 다 안방 노인이 되어 골골 기침에 죽음을 기다린다.
모두 다 청년처럼 살려고 노력하며 산다.
아형은 참 현명하게 사는 것 같다. 남은 여정의 참 모범적인 동반자다.
앞으로 존경하며 그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가을노을의 사나운 자락이 붉게붉게 산을 넘고 있었다.
차창에 가로수들이 노랗게 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