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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은 희망으로 가는 지름길.

은빛지붕 2023. 11. 25. 00:03

얼마 전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남편이 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함께 사고를 당한 동료는 생명을 잃었고, 친구의 남편은 머리를 크게 다쳤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 빠져나와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긴 했지만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친구는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면서도 사고 후유증을 앓는 남편을 돌보는 것이 너무 힘들어 아무도 만나려 하지 않았다.
나는 병원에서 얼마간 휴양을 하는 것이 좋겠다며 퇴원을 권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기저기 적당한 곳을 수소문해 보았다. 지방에 있는 요양원들을 소개해 주고 정보를 주었지만,

이전에 익숙한 곳에 가면 남편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 싶어 친구는 다시 외국행을 택했다. 잠깐 잠깐의 짧은 기억을

되살리며 차도를 보이기는 하지만 속도가 느린 것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소식을 접했다. 안타까운 친구의 처지에

난 그저 그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그녀의 가정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의 글들을 보내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며칠 전 친구의 메일이 도착했다.


“보내 준 메일을 보니 반갑구나. 답장을 못해 늘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오늘에야 메일을 보낸다.

친구야! 난 과거의 시간들,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아름다운 추억의 편린들을 도둑맞았단다. 물론 남편이 많이

좋아져서 정말 감사해. 몸도 머리도 생각도 처음 사고 났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단다.

남들이 느끼는 그 사람은 거의 완전하단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작은 차이점들은 어찌해야 할까?

조금 더 기다리면 좋아질까? 매우 사소한 것들 때문에 예전의 그를 그리워할 때가 있구나.
하지만 사고 이후에 그 사람은 삶에 대해 매우 진지해졌단다. 종교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지금은 교회 다니는 주변

사람의 권유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키워 가고 있어. 난 아직도 분명하지는 않지만 종교의 의미가 내 마음에 평안을

주고, 살아가는 데 힘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종교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지금 나에게는 남편에게 위로가 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이지.
친구야, 무엇이 옳은 신앙인지 말하기 전에 그저 나에게 용기를 주렴. 그 사람이 참 열심히 매달린다.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살아나온 사람이기에 쉽게 마음이 열리더라. 회사는 아직 쉬고 있고 굉장히 답답해한다.

삼 개월 정도 더 있어 봐야 할 것 같구나. 아직은 내가 누구와 이것저것 말할 마음의 여유가 없단다.

좋은 목소리로 너에게 전화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친구의 딱한 소식을 접하면서 난 이것저것 캐묻지 않기로 했다. 어려움을 만난 친구의 마음을 공유하고 그저 말없이

있어 주는 것이 최선의 도움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인생에 대해 얼굴을 맞대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기에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진정한 도움은 거창한 권면이나 소리 나는 자선이 

아니라, 그저 옆에 있어 주고 바라봐 주기만 해도 충분할 때가 있지 않은가?
친구에게 무엇으로 용기를 줄 수 있을까 망설이다 성경말씀으로 답장을 보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시편 46편 1절).

절망의 순간은 희망을 주시는 하나님께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간단한 메모와 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