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Lonely World

은빛지붕 2023. 12. 29. 00:03

 


400세겔의 비밀
작은 그릇엔 큰 그릇이 들어갈 수 없으나, 큰 그릇엔 작은 그릇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 법이다.

사라가 바로 그런 아내였다. 아브라함이 두 번씩이나(창세기 12장 10∼20절, 20장 1∼7절)

“누이라”하여 자신을 유기(遺棄)하고 배애(背愛)했으나 성경 어디에도 사라가 남편의 잘못을

꼬치꼬치 따지고 추궁한 기록이 없다. 남편의 약점을 간파한 사라가 남편의 허물을 자신의

부덕이라며 덮어버렸던 것이다. 때때로 침묵은 많은 말보다 더 아프게 사람을 교훈한다.
사라가 죽었을 때 아브라함은 묘지를 무료로 주겠다던 향리 부호들의 호의를 일체 거절하고

400세겔이라는 거금을 주고 아내가 편히 쉴 묘실을 마련한다. 400세겔은 당시 수백만 평을 살수

있는 막대한 돈이었으니 대단한 호화 묘지인 셈이지만 아브라함은 그것을 결코 낭비로 여기지

않았다.자신의 허물을 감싸줬던 너그러운 아내, 자신의 자존심을 세워줬던 아내, 자신의 약점을

말없이 감당해 줬던 그 고마운 아내를 어찌 싸구려 땅에 함부로 묻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아내에 대한 마지막 보답이요 감사의 표현이었다. 아브라함은 사라에게 진 사랑의 빚을

그렇게 갚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수채화 같은 사랑을 원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약점이 노출되면

실망하고 분노하여 돌아서 버린다. 그것은 약점을 뺀 나머지만 사랑했다는 증거이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값진 진주를 얻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천하를 얻은양 기뻐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진주에는 실낱 같은 점이 박혀 있었다. 그 점만 빼내면 천하 명품의 진주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는 그 점이 마음에 걸려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점을 갈아내기로

했다. 마침내 그 점을 제거했다. 그런데 이걸 어쩌랴. 점이 사라졌을 때 진주도 닳아버려 손에서

사라졌으니 말이다. ‘진주를 머금은 굴은 병든 굴’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상대의 마지막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자. 그것은 생명의 뿌리와 맞물려 있어서 그것을 뽑아

버리면 전체가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상대의 마지막 약점까지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