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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말고삐

은빛지붕 2024. 8. 23. 00:03

남북 전쟁이 한창일 때 링컨은 전황(戰況)이 너무도 궁금했다. 그럴 때마다 전쟁 중인 사령관을 백악관으로 오라 가라 할 수도 없어서 한번은 슈어드 국무장관, 존 헤이 백악관 비서실장을 대동하고 맥클렐란 육군 총사령관의 지휘 본부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는 자리에 없었다. 한 시간을 기다려서야 나타난 그가 대통령이 자기를 기다린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2층으로 올라가 잠자리에 들었다. 당황한 부하들이 대통령께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지만, 그는 “난 너무 피곤하니 대통령께 그냥 돌아가시라고 전하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의 이런 무례한 행동을 보다 못한 국무장관이 “즉각 저런 자를 사령관직에서 해임시키십시오!”라며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링컨 대통령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잠시 동안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나는 맥클렐란 장군이 반드시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 것이라 믿소. 이 유혈극을 끝맺는 데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말고삐라도 잡겠소.”


내가 죽고 예수가 살아야
 사도 바울은 원래 유대교의 전통이 골수에까지 차 있는 사람이었다. 정통 보수 가문이라는 우월감, 당시 첫손가락을 꼽는 명문 가말리엘의 문하생으로서 최고 엘리트라는 자만심, 그 지식의 실천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열성, 이런 것들로 그야말로 기고만장(氣高萬丈)이었다. 그래서 변변한 학교 졸업장 하나도 제대로 없는 시골뜨기 예수를 추종하는 자들은 그에게 코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세력이 확장 일로에 들자, 멸시와 분노로 그의 눈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예수를 만나 그 찬란한 광채에 그만 압도되고 만다.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자아’로 가득 차 있던 마음에 자기 대신 ‘그리스도’를 가득 채우는 자기 부정(自己否定)의 길이다. 처음에는 나만 보이고 그리스도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신앙이 자라면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그리스도가 더 크게 보인다. 드디어 나는 보이지 않고 그리스도만 보이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의 완성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서 천박한 욕망 덩어리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언뜻언뜻 그리스도의 품격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길이다. 그런 과정을 충실히 걸어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내 몸 안에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구하시려고 자기 몸을 바치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갈라디아서 2장 20절, 쉬운 성경).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은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말이다. 그 생각 때문에 세상은 늘 조폭이 횡행하는 불 꺼진 거리의 싸움터 같다. 너무 살벌하고 어둡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내가 죽어서 너를 살린다.”는 평화의 횃불을 들고 나타나신 분이다. 그 정신이야말로 내가 잘났다는 싸움질로 자멸하는 세상을 영원히 구원할 수 있는 유일의 길이다. 예수께서는 일관되게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제자들을 이렇게 가르치셨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코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마태복음 16장 24, 25절).
 조금씩이라도 이런 가르침을 착실히 실천하다 보면 누구나 행복하고 유쾌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또 한번 그런 세상을 꿈꾸며 기회를 펼쳐 보라고 다시 밝아 오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