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만세다 !
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가 있어 우리나라 만세다. 개나리도 꽃이 먼저 피고 벚꽃도 꽃잎부터 터트리는 들끓는 냄비근성이 있어 우리나라 만세다. 그 근성 하나로 이 나라를 일구어 왔지만 진실을 보지 않고 서둘러 빨리빨리하는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 만세다. 천년의 외세에 시달리면서도 사방의 열강에 언제 불이 붙을지도 모르는 환경에 처해 있으면서도 마냥 꽃놀이를 즐기는 우리나라 만세다. 엄동설한 하얀돔에 때아닌 벚꽃 같은 게 피어 어둠에 검은 나비가 날아다니고 장난감 같은 총을 들고 도깨비 뿔을 단 거미들이 창을 기어 넘어가는 우리나라 만세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듯이 남이 잘 되는 꼴을 도저히 못참는 우리 민족이 21세기에도 만연하는 정서에 우리나라 만세다. 아집과 고집이 난무하지만 반으로 갈라진 오솔길을 유유히 자적하는 입다문 識者層이 있는 우리나라가 의심 스럽다. 아무리 재미난 것이 남의 싸움과 남의 집에 불구경이라 했지만 해도 너무한 무관심으로 팔짱을 낀 사람들의 작태가 말세스럽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네탓만 난무하는 불화살 속에 살얼음판을 걷는 보통사람들은 내일이 없고 희망이 없어 말세스럽다.
사람들을 만나면 화염의 조각들만 난무하고 시절이 너무나 수상하여 저 멀리 보이는 금자탑이 무너질까 혼자 노심초사하는 작태가 한심스럽다. 물 건너 날아다니면서 이 나라 산업발전을 위해 그 토록 마셔대며 분골쇄신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달려 왔는데 숟가락을 팽개치고 밥상을 걷어차는 행태가 분통을 넘어 기가 매어 우리나라만세를 포기하고 싶다. 제발 감정 같은 싸움들은 걷우고 이성을 찾아서 뒤따라오는 후대들에게 선명한 이정표를 남기는 발자국을 넘겨주면 좋겠다. 어지러이 걸어가는 선대들의 흐트러진 발자국은 천년만년 족적으로 남을 것이니 이제 모두 제정신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그리하면 가슴을 활짝 열고 푸른 하늘에 예전처럼 만세를 외쳐 보고 싶다. 이 나라의 기상을 위해 만세를 부르고 싶다. 기미년 3월 초하루 처럼 거리로 달려 나아가 이 나라의 만세를 기리고 싶다. 하늘이 퍼렇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데 대지가 저러히 시퍼렇게 누워 있는데 그 시퍼런 대지를 밟고 서 있는데 넓게 두루 이익이 되는 민족으로 돌아가서 만세를 부르고 싶다.
忌日이 되어 날이 밝으면 族叔이 잠들어 있는 영천의 영모원을 다녀오리라. 육이오 사변의 혼란 속에 학도병으로 산화하신 족숙의 영전에 맑은 술 한잔이라도 올리고 싶다. 몸으로 지킨 나라의 몰골을 엎드려 사죄하고 싶다. 그리고 차디찬 비석을 따듯이 안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