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미국의 소설가 오 헨리(1862∼1910)의 단편 중 ‘마지막 잎새’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입니다.
가난한 미술가들이 모여 사는 그리니치 마을을 무대로 펼쳐진 아름다운 이야기지요.
3층 벽돌집 꼭대기에 존시와 수라는 화가가 공동으로 화실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존시에게 폐렴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후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존시는 침대에 누워 창밖의 무엇인가를 거꾸로 세고 있습니다.
열, 아홉, 여덟. 이렇게 세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건너편 집 벽돌담에 붙어있는 담쟁이 넝쿨의 잎이었습니다.
싸늘한 가을 비바람에 잎은 하나도 남지 않고 다 떨어질 지경이었습니다.
존시는 그 잎이 다 떨어지면 자기도 죽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친구 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래층에 살고 있는 늙은 화가 베르만을 찾아가 이런 사정을 말했습니다.
40년간 그림을 그려온 화가는 한밤중에 마지막 잎이 떨어져 버린 그 자리에
초록빛 담쟁이 넝쿨 잎을 진짜처럼 그려 넣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뜬 존시는 밤새 비바람 때문에 다 떨어져 버린 줄 알았던 담쟁이 넝쿨에서
남은 한 개의 잎을 발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 잎은 존시에게 희망이었고 그 희망은 존시를 폐렴과 싸워 이기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밤새 찬바람을 맞으며 그 잎을 그린 베르만 노인은 폐렴에 걸려 죽고 맙니다.
베르만 노인은 화가로서 40년 동안 그려온 어떤 그림보다
아름다운 작품을 벽돌담에 남기고 죽은 것입니다.
그 하나의 잎은 존시의 꺼져 가던 희망의 불을 다시 지펴준 것입니다.
존시의 희망이 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베르만 노인은 자신의 생명을 쏟아
생애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희망이 희미해져가는 것 같습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담쟁이 잎이 언제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듯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고뇌와 한숨 소리가 우리의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만듭니다.
누군가 희망의 잎을 그려 넣어야 할 텐데 그만한 실력과 열정을 가진 화가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자기를 희생해 한 젊은이의 가슴에 희망을 안겨준 베르만 노인이
우리 사회에는 영영 나타날 것 같지 않습니다.
마지막 남은 잎이 모진 비바람에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꼭 붙들어줄 용기는 누구에게도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