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이 어디론가 몸을 감추고 있다.
어려운 경제난으로 피곤하여 잠을 자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누가 납치하여 안방에 감금을 시켰는지
요즘들어 얼굴 보기가 어렵다.
신사임당 초상이 들어간 5만원권 지폐가 발행된
2009년 6월 23일 얼굴을 내민 신사임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모델이어서 화제가 되었다.
엊그제 일간지 경제신문을 보니, 5만원권 지폐가 갑작스레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보도였다.
어느 시중은행에서는 “고객 분들께서는 대부분 5만원권을 원하시는데
저희도 5만원권이 충분치 않아 1만원권을 섞어서 드리고 있어요.”
라며, 두 달여 전부터 지점에 배문하는 5만원권을 제한하는 등
품귀현상에 동분서주한다고 했다.
현금보유현상이 강해지다 보니 금고(金庫)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누린다고 한다.
백화점판매를 주로하는 금고제작업체는
“금고가격이 440만 원정도인데 올해 상반기 매출이 20% 정도 늘었다.“
예전에는 회사나 매점에 두려고 금고를 사갔는데 요즘은 현
금보유성향이 높은 고액자산가들이 수표나 다름없는 5만원권을
움켜쥐고서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며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나 역시 5만원권을 선호하기는 마찬가지이다.용돈을 모아서 오만원권으로
바꾼후에 개인금고에 보관하고 있으니 신사임당 납치에 한목 거두는셈이다.
그러나 목표액이 차면은 은행으로 옴겨주니까 장기납치는 아닌거다.
요즘 들어 손주들에게 용돈이나 세뱃돈을 주려면 신경이 쓰인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없이 5만원권을 선호하고 있으니
누구를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요즘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도 세종대왕을 내밀면 입을 삐쭉거린다.
적어도 신사임당 지폐 한 장은 주어야 빙그레 웃어보이는 세상이니,
도대체 이놈의 돈이 무엇이기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정부는 경제를 안정시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저런 것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문제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여파가 시장경제를 휘청거리게 하는가 하면,
국내에선 부동산 규제와 은행의 제로(0)금리까지 맞물렸으니
이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고민거리다.
이에 불안한 고액자산가들은 일단
‘현금확보’라는 비법으로 5만원권을 인출하여 안방금고에
가둬놓고 있다는 소문이니 이걸 어찌하랴.
전년도 상반기 대비 5만원권 환수율이 71%에서 16%로 급강 했다고 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을까 싶다.
시장 경제가 빈혈증세에 허우적대고 있음은 분명하다.
5만원권을 긴급하게 풀어가며 극약처방에 나서는데도
도무지 차도가 없어 보인다.
서민들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까지도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니 걱정된다.
어디를 뚫어야 돈줄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진맥(診脈)에 들어가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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