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다.
지금보다 더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도
봄이면 보릿고개가 와서 사람들의 얼굴이 노르탱탱해지던 시절에도
떠꺼머리총각들이 장가는 가지 않았던가?
지금 세계 경제 순위 9위 10위가 되어 잘 산다는 우리나라에서
짝을 찾지 못한 인구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사람이 밥을 먹고 집을 짓고, 배필을 구하는 것은 사람으로 사는
기본이다. 그런데 여자가 없어 장가를 못 가는 멀쩡한 총각들이
수두룩한 나라가 잘 사는 나라인가? 돈 많으면 뭐에 쓸 것인가?
잘 산다는 것은, 잘 먹는다 잘 잔다, 와 사랑하며 산다라는
기본이 잘 되는 일을 말할 것이다. 때가 되면 같이 잘 먹고
같이 잘 잘 사람이 있어야 잘 산다가 성립되는 것 같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니 먹고 자는 일도 최소한의
사회를 이루고서야 온전해지는 동물이라는 의미로 읽는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그나마 좀 사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아파트라 자식들이 직업도 좋고,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에
손주 손녀들을 보내주고 데리러 나오는 복을 누릴 수 있는 어르신들이 많다.
요즘에 손주 손녀를 안아 보지 못하는 노령 인구가 점점 늘어간다.
아들, 딸 장가 시집보내서 손주 손녀 한 번 안아볼 수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경제 순위 9위 10위가 무슨
소용인가, 그것을 물려줄 자손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돈만 점점 늘어서, 역 피라미드로 점점 늘어가는 노령 인생의
황혼이, 우리 미래의 황혼이 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이것은 잘 사는 것이 아니다. 때가 되어 시집 장가 못 가고
애 마음대로 낳을 수 없는 나라와 사회는 잘 사는 장소가 아니다.
어쩌면 물에 떠다니는 쌀보리 밥알도 건져 먹을 판에
흥부네처럼 아이만 조랑조랑하던 시대가 잘 산다는 측면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지금보다 나은지도 모른다.
굶주림도 함께 할 사람들이 있지 않았는가?
함께 할 사람이 없는 풍요여,
도대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고 싶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