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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쪽 팔림 5

by 은빛지붕 2023. 9. 17.

밭 매기 선수들만 스무명이 앉아 있는 들판에서 가장 빨리 양파를 심고, 마늘 밑동을 쳐내는 김수미와 윤여정 할머니

들의 밭매기 올림픽도 나와야 할 것이다. 아름다움과 가치로움의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노동의 댓가를 조정하기

힘들것이다.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갑을 여는 것 아닌가? 가장 빨리 가장 깔끔하게 밭을 맨 윤여정 할머니가

노벨상을 두 개나 탄 퀴리 할머니만큼 부럽게 각색 되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농부보다 과학자를 우러러보는 일이 조금은

지양이 될 것이다. 분배의 정의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가치의 정의가 없는 분배의 정의는 스스로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불평등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자동차 엔진을 발명한 사람의 가치와 공장에서 자동차 엔진을 생산하는 사람의 가치가 평등하게 여겨져야 그들 사이의 보수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옛날처럼 대통령이 되겠다

거나 과학자, 검사, 판사가 되겠다는 꿈들을 잘 꾸지 않게 된 것이 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전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제 그 부모들이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며, 내 아이의 꿈이 그리 원대하고 두루뭉술한 것에 대해 안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섯살 밖에 않된 식당 사장 아들이 오십살 먹은 서빙 아줌마보다 식탁을 더 잘 닦는다고 해서 맹모삼천지교를 따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동창회 가서도 교수, 변호사가 아니라도, 내 직업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고, 그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돈은 가치를 따라다닌다. 힘겨움과 열심을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다.  들판에서 일당바리 할머니들이 흘리는 땀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바코드나 스캔하는 알바 학생들과 똑 같은 최저 시급을 받는

것이다. 이런 식의 가치 기준이야말로 공산주의가 아닌가? 더 힘들게 더 많이 더 가치로운 일을 한 사람에게는 최고

시급을 지급하라. 우리가 가치를 모를 뿐이지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더우기 마늘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별로 없는

우리 나라에서 마늘을 생산하는 저들의 땀방울은 고기 요리에 들어가는 마늘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

마늘이나 양파나,감이나,열무나, 먹지 않고 사는 자가 있는가? 생존만큼 근본적인 가치가 어디 있는가?

왜 그들의 일당이 공장에서 열 한 시간 일한 사람들의 일당보다 적어야 하는가? 시간외 수당도 특권 수당도 없어도

되며, 농약에 절은 흙먼지를 온 종일 들여 마시는데도 위험 수당 또한 없어도 되는가? 빌어먹을 국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인가? 재벌의 세금을 깍아주기 위해 혈안이 된 정부여! 돈을 더 내어도 되는 사람들은 더 내게

내버려두고, 돈을 더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받게 싸우시라. 이틀 일했는데 온 몸이 실금이 간 그릇 같다.

아파서 앉지도 서지도 못한다.나는 더 이상 마늘밭에 가지 않을 것이다. 일을 견딜 즐거움이 거기엔 없었다.

일을 견딜 즐거움을 이 세상이 그 밭에 뿌려주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가장 흔하다. 사람들은 흔한 것, 즉 가장 중요한 것의 가치를 이내 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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