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400여년 전 네덜란드에서는 튤립이 투기의 대상이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남불패신화라는
부동산 신화를 만들었듯이 튤립을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으로 삼았다. 튤립 한 개의 뿌리가 대학교수의 10년 연봉과
맞먹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관심에서 벗어났을 때 튤립은 최고 가격을 형성한 지 3개월 만에 1000분의 1로 떨어졌고,
1년 후에는 결국 꽃값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었을까? 튤립은 중앙아시아의 파미르 고원과 텐산 산맥
(중국의 서쪽 끝)이 원산지며 야생 식물이다. 천국에서 자라는 꽃으로 여겨져 이슬람을 믿던 오스만 터키의 술탄들이
궁중 정원에서 귀하게 재배하던 것이었는데, 네덜란드가 무역을 통해 부자 나라가 되었을 때 도입한 것이다.
양파와 닮은 튤립은 씨앗과 구근으로 번식이 된다. 씨앗으로 번식하면 꽃이 필 때까지 6, 7년 정도 걸리기에 꽃을 빨리
보려면 구근에서 자란 어린 구근으로 번식하면 된다. 튤립은 봄에 꽃이 피었다가 여름이면 잎이 다 지고 구근으로
땅 속에서 겨울을 지나고 다음 해에 꽃이 핀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특별한 꽃이 피는 튤립을 정원에 재배하는 것을
대단한 귀족 정신으로 생각했다. 올 봄에 핀 튤립 중에서 특이한 것을 구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튤립 구근을 구입해
다음 해에 원하는 꽃을 볼 수 있는지는 다음 해 봄이 되어야 알 수 있다. 같은 구근의 어린 구근이 똑같은 꽃을 피울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튤립은 10개월 후의 미래를 믿고 투기 대상이 된 것이다.
지금도 동양란 중 특이한 색깔의 꽃을 피우거나 잎이 특이하면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데, 이 꽃들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질병에 걸린 것이다. 튤립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간은 결국 자연에서
비정상적인 현상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이로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벼를 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야생 벼는 키가 1.5미터 정도로 크고, 낱알은 십여개 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벼의 키를 1미터 이하로
줄이고 낱알이 100개 이상 열리도록 했다. 사실상 재배하고 있는 벼는 대단히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남자나 여자는 평균 인간에 비해 얼마나
비정상적인 존재들인가? 한국 사람들은 얼굴이 크고 넙적한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대상들은
얼굴이 조막만하고 달걀 형상으로 생긴 사람들이다. 몸매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배가 나오고 허리가
구부정한 것인데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도 날씬한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 우리가 판단하고 있는 대상들 그리고 우리 주변 생물들과 우리가 벗 삼아 살아가야 하는 이웃에
대하여 어떻게 느껴야 할까? 곰곰이 되씹어 보자. 옳고 그름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대신 나에게 이로운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주관적인 오류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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