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 끝없는 하늘은 너무나 맑아 거울 같은 마음은 창공을 날아간다. 고송이 빽빽히 병풍처럼 둘러 쌓이고 계곡에서 흐르는 물은 극락으로 가는 냇가에 선 듯 청량한 마음이 된다. 합장을 하고 寶鏡寺 불이문을 지나면 아담한 적광전 하나가 천년의 호흡에 지쳐 있고 절마당에는 하얀 대리석으로 빚어 우람하게 앉히신 환하게 웃는 달마대사의 둥근배가 나 보란 듯 허공에 앉아 있다. 그제는 또 누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는지 영산전 문앞에는 신발이 여남은 켤레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슬며시 열어 본 법당에는 아미타불 부처님이 앉아 계시고 노스님의 목탁소리가 낭낭한 리듬을 타고 저승을 건너가는 중이었다. 나무아미타불.
세월을 넘고 마음의 계단을 오르면 명부전이 저승의 입구처럼 엄중하게 열리고 주석에 모셔진 염라대왕 앞에 일곱명의 판관이 명부를 들고 늘어서 있다. 이승의 죽은 목숨들을 맞아 49일 동안 살아온 과거의 행적들을 쫓아 일일히 따져 묻고 천당행과 지옥행을 가릴 일곱명의 얼굴들이 너무나 험상궂어 감히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는 못했더라. 긴 세월 살아오면서 지은 죄가 태산을 넘어서니 발길이 얼어 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염라대왕의 눈길을 피해 기도함에 보시금이 스르르 내려설 때 슬그머니 저승을 돌아 섰다. 나무아미타불!
붓다의 일생을 그려낸 팔상전에 앉아 거울 같은 마음은 수 천년의 고행을 넘나들고 작금의 첨단시대에도 해결 못한 生者必滅의 삶의 해법을 제시한 거인의 발자취에 눈은 멀어지고 있었다. 그 깨달음 같은 마음의 거울을 찾아 내 여기 왔던가! 싸늘한 겨울바람이 촛농에 녹아들고 불법은 사바세계로 끝없이 펼쳐진다. 인간의 거울 같은 마음은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마음, 그 본연의 마음 하나 다잡고 살아가야할 필연적 인간의 삶이 거기에 앉아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山神閣 법당에 오르면 호랑이를 탄 하얀 수염의 산신령이 주장자를 짚고 천지를 호령 하고 있다. 사람의 욕심은 죽어도 고개를 숙이지 못하고 독버섯처럼 두 손을 모아 물욕을 엎드린다. 산신각 불화 앞에 엎드린 욕망의 들불에 몸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도 꼿꼿이 선 욕심은 고드름처럼 차갑게 싹을 드리운다. 흡족한 욕심은 비릿한 자취를 남기며 자리를 일어서고 햇살 고운 돌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밟으며 대지를 내려섰다. 나무아미타불!
파란 하늘 밑에 무지개 걸린 극락교 아래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서면 냇물에 어른거리는 낯 익은 저 얼굴 누구인가! 세파에 찌든 몰골을 알뜰히 씻어내고 옥 같은 청량수를 한 모금 머금으면 현기증 이는 번뇌와 고통은 일시에 사라지려는가. 내장을 관통하는 감로수에 불심은 녹아들고 머지 않은 미래세가 거울처럼 다가온다. 나무아미타불!
요사체를 지나며 울리는 깨달음의 소리가 맑은 하늘에 진동을 하고 멀고 먼 구도의 소리는 동공에 잠길듯 감기는데 장독대 쓰다듬는 봄을 부르는 바람의 숨결은 꽃향기처럼 향기롭다. 햇살 고이 앉아 있는 蓮花 위에 동전 한 닢 마음 하나 올려 놓고 합장한 삼배의 정성이 보석 같은 마음의 거울 같다. 그래서 천년 전 중창자는 寶鏡寺라 칭했나보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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