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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육십대 에 나의모습

by 은빛지붕 2017. 8. 21.


나이 앞에 '육'이 붙었다는 사실이 낯설기만 하다. 

어느새 다가온 세월의 무게가 삶의 리듬을 고쳐 잡게 한다. 

머리카락의 탈색과 주름진 얼굴이 거울 속에 낯설게 서 있다. 

마을 뒷산을 오르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주름의 골은 깊어졌다.


건강검진 결과는 오장육부의 전 기능이 질병의 위험 경계선을 오르내리는 

수치들로 평행선을 이룬다. 조금 무리하게 활동하면 많이 고단하고 회복은 더디다.


허리는 굽어들고 입던 바지는 똥배가 나와서 꽉 끼인다.  

빠르게 뛰면 숨이차고  조금 넉넉히 섭생하면 연신 게트림을 토해낸다. 

정신이 흐려지는지 어느새 조금 전에 말한 것을 다시 말하는 잔소리꾼이 되어 간다.


그러나 육십대는 사회 구성원의 위치로 매우 중요한 나이다. 

참으로 할 일 많은 중요한 시기가 육십 대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느려지고 악해진 심신을 수용해야 하는 순리 앞에 기꺼이 적응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지나온 경험과 축척된 분별력을 다음 세대를 위해 환원해야 할 의무를 지닌 자이고, 

가정적으로는 고락을 함께 견뎌 온 배우자와의 건강한 노후를 준비하면서 운영 중인 금강재가와

금강요양지원센터의 어르신들과 직원들의 복지를 생각해야 하고 그리고 연로한 장모님과  

바쁜자식들의 손주손녀를 돌아보아야 하는 중간 매개체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가정과 가문의 중심 기둥 역할을 수행해야 할 위치에 서 있다. 

그래서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도 할애해야 한다.


그래서 경직된 수족의 마디를 풀고 기지개를 켠다. 

육십팔 년을 강건하게 지켜주신 감사 앞에 육십 대의 가을은 한껏  화사하다.


육십 대는 노련한 안취가 좋다. 대충 지나치던 것들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투시력이 좋다. 

낭비하지 않는 절제의 습관이 좋다. 이해와 양보로 행동하니 만사에 대립이 없어 좋다.


늙는 것은 꿈을 잃은 사람들의 나이다. 

꿈을 잃지 않는 한, 육십 대는 어린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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