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도 자주 와서 일도 많이 쉬고,
고철값도 떨어질대로 떨어졌지만 내가 그를 사랑하는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
요즘 법정 스님 덕분에 불교에 심취한 그는 그렇챦아도 소유와 별 인연도 없는 사람이
점점 더 무엇을 소유하기 위한 노력과 멀어지고 있는듯하다.
나는 그러면 그러는데로 내버려둔다. 그가 나랑 함께 살기로 한 건 그렇지 않은 상황보다
행복할거라고 생각해서이지 이전보다 뼈빠지게 일하고 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바둥거리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아무도 살려고 들지 않는 천만원짜리 달세도 없는 시골집이지만 주방에 한지를 바르고
마당에 뒹굴던 나무 토막으로 선반을 몇개 달고 이래저래 꾸미니 제법 신혼집 테가 난다.
나는 십분이라도 이 집에서 더 빈둥거리고 싶어서 출근이 더더욱 하기 싫어진 것 같다.
마당에는 노트북을 가져다 놓고 시를 쓸거라고 공사판에서 짐을 옮길때 깔았을법한
목재 파렛트를 톱으로 자르고 못으로 잇대어서 책상을 하나 만들어 놓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먹을 반찬을 갖다주러 이곳에 올 때마다 사람들이 흉본다면서
나의 핸드메이드 책상을 치우라고 야단이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한다.
그것은 어머니가 아무리 말씀하셔도 저는 어머니 말씀을 따르지 않겠다는 나만의 거부 방식이다.
처음엔 수영씨도 그런 더러운 나무토막으로 만든 것을 어디에 쓰려고 그러냐고 펄쩍 뛰었지만
지금은 그기에 앉아서 전자 담배도 피우고 커피도 마신다. 나는 늘 행복이라는 단어가 공허한
것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것은 텔레비젼이나 영화, 광고 같은데서 뭔가 행복과 거리가 먼
목적을 가지고 그럴싸하게 꾸며낸 것이라 믿었다. 굳이 행복해져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달짝지근한 기분이 시를 쓰는데 해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텔레비젼이나 광고에 나오는 기성복 같은 행복이 아니라 정말 내 몸에 꼭 맞는
편안하고 겉치례 없고 내게 딱 어울리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며 허영끼 없는 행복 같은 감정에
자주 젖는다. 이전엔 시를 쓰지 않으면 내가 더 이상 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왜
그런걸 써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새로운 시를 쓰는 일보다 빙수를 가는 기계 없이 팥빙수를
만들어 단 음식을 좋아하는 수영씨를 깜짝 놀라게 해주는 일이 더 절실하게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우유를 얼려서 감자 깍는 칼로 긁어 내고 그기다 단팥과 빙수용 떡을 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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