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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Instrumental Guitar Driven Blues

by 은빛지붕 2023. 11. 30.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다. 

내가 일을 놓은지가 이년이 조금 넘었는데 처음 몇 달은 꼼짝 없이 놀았다.

평생을 일을 했으니 작정하고 계획적으로 놀았다.

철저한 백수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철저하게 놀았다. 

가끔 산행이나 하고 책을 읽으면서 자연과 벗하며 안빈락도의 정신으로 놀았다.

 

반 년이나 지났을 무렵일까 몸이 여기저기가 쑤시고 병원행이 잦아지고 오히려 마음도 무거워져 

다시 뭘 하긴 해야하나하고 고민에 빠지기 시작할 때쯤 문중에서 요즈음 각 문중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모바일 족보를 우리 세대가 살아있을 때라도 해놓자고 제안이 들어와 무료하고

심심하던차에 수락을 했다. 편집위원회를 구성을 하고 각 지파의 연락책들을 정해 분주히 움직이는

데 거미줄 처럼 얽힌 종친들의 행방을 쫓는데 1500여명이 넘는 종친들의 수단을 받기란 참으로

복잡다단한 문제임에 틀림 없었다. 반년이 지나도록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족보를 지니고 현장을

방문하기도 하며 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시 한 수 올리는 것도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린다.

노인들이야 보통은 새벽 네 다섯시면 누가 시키지도 않은데도 기침을 한다.

시제가 오리무중인 날은 세시간도 족히 걸린다. 쥐어짜고 쥐어짜내도 그 글이 그 글이다.

글 쓰는 것이 취미라 하지만 늘 사유의한계 때문에 머리를 쥐어 짠다.

새벽에 일어나면 바로 컴에 앉는 것도 병이라면 큰 병이다.

 

노년에는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하여 너도 나도 걷기운동을 유행처럼 걷는다.

한 동안 걷기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는데 그것도 무료하고 권태로와 뭔가 대체할 수 있는 운동이

없을까 하고 궁리하던 차에 요즘의 대세인 파크골프를 지인으로부터 추천 받는다. 운동도 유행처럼 

돌고 도는 것인지 동네 노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파크골프장에 나간다. 라운딩에 들어가면 보통

2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오후 1시쯤 라운딩을 하면 가을해가 짧아서 어둑해야 집으로 돌아온다.

땀에 절어 파김치가 되어 들어오자마자 쓰러진다.

 

화요일엔 평생학습관에서 원어민 회화를 하고 금요일엔 오카리나 연주로 종일을 보낸다.

남이 장에 가면 거름지고 장에 따라 가듯이 덩달아 따라 다닌다. 목적도 희망도 없는 나이라

그저 맹목적으로 따라 다닌다. 지치고 힘들어도 사업할 때보다는 편하다.

대출이 없고 월급을 주지 않아서 편하다. 하지만 몸이 지친다.

어떤 때는 정말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과로사 해도 지금이 편하다.

 

어차피 인생은 과로사다. 적당히 살다가 과로사로 마감할련다. 가을의 아침공기가 싸늘하다.

먼동이 트니 마음이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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