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글 모음

치매 – 장수(長壽)에 대한 공포

by 은빛지붕 2024. 9. 13.

 

 

 

요즘 세상은 참으로 빨리 변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어느새 구식이 되더니 스마트폰을 넘어 이제는 스마트 안경, 스마트 시계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등장하는 세상이다. 그중에서도 격세지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바로 오래 사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래 살면서 건강도 잃고, 재산도 탕진하여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다. 치매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 중 하나이다. 치매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정신이 없어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찌 들으면 다소 모욕적인 의미라서 일각에서는 ‘인지 장애’ 등 다른 용어로 대체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치매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약 5~10퍼센트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주변 사람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는 말이다.

 

치매는 왜 생기나?
먼저 짚어 두어야 할 점은 치매가 축농증이나 위식도역류증과 같은 단일한 진단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치매는 인지 기능의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하나의 증후군으로 여러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다. 현재까지 보고된 원인만도 50여 종에 이른다. 가장 잘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하여 파킨슨병, 다발경화증, 뇌경색, 비타민 결핍, 두부 외상 등이 신경 세포를 손상시켜서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 치매의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원인에 따라 전체 치매의 약 1~10퍼센트가량은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치매에 걸리면 평소 쉽게 해 왔던 일들을 점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게 되고 결국 일상생활마저 어려워진다. 그래서 마치 시간을 거슬러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치매 환자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억력 저하이다. 치매 환자는 자신이 방금 무슨 일을 했는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고, 물건 둔 곳을 자주 잊어버린다. 어휘를 잊어버려 표현이 단순해지고 평소 잘하던 돈 관리, 요리, 쇼핑,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을 하지 못하게 된다. 치매가 더 진행되면 일상생활 기능에 문제가 생겨 옷 입기, 식사하기, 걷기, 대소변 가리기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생활할 수도 없게 된다. 치매 환자의 가족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치매 환자의 행동 심리 증상이다. 치매 환자는 우울해하거나 불안해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의심이 많아지기도 하며, 일상 속 사건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반대로 과도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질병 경과에 따른 신경 세포 손상과 연관이 있다. 치매 환자의 가족은 환자의 변화를 이해해 보려 노력하지만 환자와 숱한 갈등을 겪으면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를 어떻게 할까?
치매 초기에는 정상적인 노화와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정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방법으로는 선별 검사를 위한 설문지와 간이 인지 기능 검사가 있고, 치매 원인 파악을 위해 혈액 검사, 소변 검사 등을 진행하게 된다. 또한 뇌 영상 검사인 자기공명영상(MRI), 양자방출단층촬영(PET) 등으로 뇌의 기능적, 구조적 이상을 파악할 수 있다. 의사로부터 검사와 문진을 통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고, 회복 가능한 부분은 지체하지 않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치매를 완치하는 약은 없지만 부족해진 신경 전달 물질을 보충하여 인지 기능을 회복시키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이 도움이 된다. 행동 심리 증상 역시 항우울제, 항정신병제 등의 약물 치료로 상당 부분 호전될 수 있다. 현재 치매를 일으키는 물질의 축적을 막는 일종의 백신 주사도 개발되고 있지만 실용화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 역시 치매라는 질병을 이해하고 환자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함께 배워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치매 예방법
앞서 나열한 치매의 원인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고지혈증 등의 지병이 있다면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한다.
음주와 흡연을 중단하고 하루 30분, 주 3회 이상의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머리에 부상을 입지 않도록 위험한 활동을 피하고, 식단에는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 좋은 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해산물, 견과류, 올리브유 등을 충분히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매는 빈부와 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치매가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에게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꾸준히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주변의 치매 환자들에게도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