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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벼랑 끝에서 새 출발한 가정

by 은빛지붕 2025. 2. 28.

 

 

 

워싱턴 D.C.에서 건강 집회를 시작하던 첫날, 사십 대 후반의 여인과 상담하게 되었다. 그녀는 첫 마디에 “몇 년전부터 이 집회에 오고 싶었는데도 한 가지 두려운 생각 때문에 여태껏 망설이다가, 이번에는 몸이 너무 아파 어쩔 수 없이 오기는 했으나 걱정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게 무슨 뜻이지요?” “저는 오래전부터 원장님의 건강 테이프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원장님이 말하는 그 예수님을 내가 만약 알게 된다면 내 남편을 용서해 줄까 봐 그것이 두렵습니다.”  너무나 예상 밖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여인의 말속에는 한 맺힌 사연이 서려 있었다. 본인은 이화여대, 남편은 서울대 출신으로 각각 명문 집안에서 만난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면서 남매를 낳고 미국으로 이민 와서도 별 어려움 없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가정에 충실한 남편을 그 누가 의심했겠는가. 친구의 전화 한 통화를 받고 정신없이 달려가 남편과 함께 있는 여자를 보는 순간,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간신히 추스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이 잠시 실수했을 뿐이지 자기를 버릴 사람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기에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남편은 평소와 다름없이 여전히 가정에 충실한 듯했지만 사실은 그 여자와의 관계가 계속되고 있음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남편에게 그 사실을 따지고 싶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척 할 경우, 가정불화와 그 결과를 예상했기에 입을 열기가 두려웠다.6개월쯤 지난 후, 더 이상 모른 척하고 지내기가 너무나 고통스러워 집안에 있는 가방을 모조리 꺼내서 남편의 소지품을 몽땅 챙겨 넣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가방을 들고 집을 나가라고 했더니 남편은 그 가방을 차에 싣고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떠나 버렸다. 그 후 남편이 그 여자와 함께 아파트를 빌려 살림을 차린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눈물을 흘릴만큼 호사스런 상황이 아닌 것을 알았다. 이미 떠나 버린 남편을 체념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날이 갈수록 가슴속에는 한 겹, 두 겹 한이 쌓이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은 쇠약해졌고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잠을 자고, 소화제를 먹어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일할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약으로 고칠 수 없는 질병으로 신음하며, 누구도 풀어 줄 수 없는 한이 맺힌 채 십여년을 살아왔다. 그녀는 남편을 죽이고 싶고, 죽고 싶은 충동을 여러 번 느끼면서도 어린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내가 남편을 용서할까 봐 두렵습니다.” 하는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남편을 잃은 고통에 원수 병까지 더했으니 병이 생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원수를 미워하면 그 원수가 고통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고통을 당한다. 남을 기쁘게 하려면 자기가 먼저 기뻐진다. 이것은 또 하나의 자연법칙이다. 그녀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물어보았다.  “자매님이 지금까지 십 년이 넘도록 그 남편을 미워하고 보복 정신으로 살 때에 자신에게 유익했습니까? 아니면 고통스러웠습니까?”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 고통스럽게 살고 싶습니까? 아니면 여기서 그 고통을 끝내고 싶습니까?” 그녀는 아무 말이 없다가 한참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이 고통으로 죽을지언정 그를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남은 일평생이 이보다 더 불행할 텐데, 그래도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 한 맺힌 여인의 가슴은 누구도 위로할 수 없고 풀어줄 수 없었다. 잊으라고 해서 잊혀지는 일은 아니었다. 이 원수 병을 고쳐 줄 의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다. 사람의 마음을 창조하신 그분만이 상한 심령을 능히 치료하실 수 있다.

 

집회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되던 아침, ‘십자가의 사랑’을 강의하며 성령께서 역사하시어 그 여인의 마음에 하나님의 사랑이 전달되기를 기도했다. 아침 강의를 마치고 모두 식당으로 갔다.그러나 이 여인은 자기 방으로 달려가 문을 잠그고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교만과 자만, 이기심과 미움, 시기와 질투로 가득 찬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떠나가는 남편에게 눈물로 매달려 사랑을 호소하지 못할 만큼 자존심이 강했던 여자, 매사에 자신만만하고 교만했던 자신이 얼마나 부담스러웠으면 떠나 버렸을까…. 하나하나 자신의 문제를 찾기 시작했다. 드디어 자신을 떠나 버린 남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자신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용서 받을 죄인은 남편이 아니라 자신임을 알게 되었고 드디어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식사 시간이 끝나고 가볍게 산책하고 있을 때, 그 여인이 내 옆에 다가왔다. 그의 얼굴과 눈에는 울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의 마음에 오랫동안 덮혀 있던 먹구름이 지나간 듯, 표정은 아침 햇살처럼 밝고 명랑했다.

 

사람은 십자가 앞에 무릎 꿇을 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점에 이르게 된다.

그 여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십자가의 사랑을 만난 감동적인 간증이었다.

그녀는 지난날의 악몽을 후회와 회개로 벗어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원장님, 감사합니다.”

그녀는 또 다시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포옹했다. 어떤 인간 의사도 고쳐 주지 못한 고질적인 원수 병은 사라졌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십자가가 존재하는 한 원수 병은 사라질 것이다.원수에게 보복하기 위하여 고민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무고를 견디는 편이 훨씬 낫다. 증오와 복수의 정신은 원래 사탄에게서 나왔으므로 그 정신을 품는 자에게는 불행이 초래할 뿐이다. 성경에는 “네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였으나 사람이 원수를 사랑할 수 없는 것은 하나님의 용서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을 깨닫고, 자신이 흉측한 죄인임을 알 때에만 원수를 사랑할 수 있다. 용서는 십자가 사랑에 반응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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