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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과학과 영원한 생명 3

by 은빛지붕 2025. 6. 10.

 

 

 

쉽게 인정하기 어렵지만,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평균 수명이 높은 나라 혹은 경제적 수준이 높은 나라가 아니었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사람은 방글라데시 국민이다. 삶 그 자체는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떤 객관적인 지표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주관적이란 것이 전혀 객관성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삶의 구성에서 공통적인 부분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삶의 질은 그 공통적인 부분을 통해서 측정 가능하다.


행복감과 삶의 질
행복감과 만족감은 개념을 조금 달리한다. 행복감은 외부적 조건과는 별개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감정이라면, 만족감은 좀 더 상대적이다. 우리는 일상의 작은 사건들에서 행복감을 맛본다. 출근길에 문득 펼쳐진 푸른 하늘을 보면서, 쏟아지는 장대비 소리를 들으며 혹은 스치는 가벼운 미소들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행복감은 다소 파장이 짧으며, 잔잔하며, 고요한 호수의 수면처럼 평안한 그 어떤 것이다. 따라서 매우 열악한 삶의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일지라도 행복을 노래할 수 있다. 그래서 행복감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이다.그러나 만족감은 욕구 충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든든히 먹었을 때, 우리는 포만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우리의 욕구가 충족된 정도에 따라 만족감의 정도가 달라진다. 아브라함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정의 욕구, 애정의 욕구, 존중의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 등 다섯 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욕구는 최하위의 단계부터 순서대로 충족되기 원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이들 욕구는 사회적 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족감이란 사회가 무언(無言)으로 합의한 그 어떤 기준에 의해 좌우된다. 그래서 만족감은 상대적이며, 삶의 질을 측정하는 매우 중요한 핵심 단어이다. 캠벨은“삶의 질이란 자신의 총체적인 욕구 만족도에 따라 달라지는 안녕에 대한 느낌(sense of well-being)”으로 정의하였으며, 슈슬러는“자아와 사회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기만족감”으로 삶의 질을 정의하였다.삶의 질은 인지적 안녕(cognitive well-being)과 정서적 안녕(affective well-being)으로 구분된다. 인지적 안녕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한 평가로 욕구 만족도에 의해 좌우되며, 정서적 안녕은 행복감의 정도로 평가된다. 결국 자기만족감과 행복감이 충일한 삶이 가장 질 높은 삶이다.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행복감
여러 해 전 어머니가 오랜 투병의 말미에서 중환자실을 드나드실 때, 난‘이렇게라도 살아 계시게 해’달라고 기도하곤 했다. 영혼의 호흡이 남아 있다는 것, 미세하나마 생명의 반응을 한다는 것 그리고 존재한다는 그 자체는 매우 숭고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의미(意味)란 상상 이상의 깊이를 함유하고 있는 말이다. 어느 누구에게 그런 의미 있는 존재일때, 생명의 가치에 대한 어떠한 해석도 불필요할 만큼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오래 산다는 것이 덕스러운 것이 아님에 대해 이미 독자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앞서 강조한 것같이 행복감은 정서적 삶의 질을 나타내 주는 매우 의미 있는 지표이며, 본인의 상태와 상관없이 느끼는 정서이지만, 오래 살면서 신체적 활동에서 주체적인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의존상태에 있는 경우라면, 본인이 느끼는 행복감이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소중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약 60퍼센트가 가장 소중한 가치를 건강에 두고 있다. 자연스러운 생애 주기에서 노년기의 오랜 기간은 타인 의존기에 해당한다. 이미 여러 국가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었다. 일부 지역 연구에서는 평균 수명이 90세 이상을 기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 역시 거의 80세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건강한 수명의 비율은 그리 길지 않다. 선진국의 경우는 평균 수명의 80~85퍼센트만 건강한 삶을 누린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75~80퍼센트의 기간만 건강하다. 즉 매우 오랜 기간 와병 혹은 타인 의존적 삶을 산다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와병상태에서 수명을 연명하는 기간 역시 상당히 길다. 아직 공식적인 통계가 개발되진 않았으나 학자들은 의학기술에 의해 단순히 수명이 연장되는 기간이 평균 7년에서 10년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많은 수명 연구가들은 보건정책이 잘 수립되고 주민의 건강한 생활 습관이 보장된다면 평균 수명은 100세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타인의존적인 삶의 기간에 우리 삶의 질은 어떻게 충족될 수 있는가? 많은 학자는 삶의 질의 구성요소를 기본적 요건, 물리적 요건, 정신적 요건의 3차원으로 나누고 기본적 요건속에 건강과 생명을 두고 있다. 건강은 삶의 질의 기본 요건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의학기술에 의해 단순히 연장되는 삶은 불행이며 아울러 삶의 질은 최악의 상태로 낮아지는 것이다. 이는 본인을 위해서나 주변의 가족에게도 그러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만족감이란 상대적이며,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타인 의존적인 삶이 아니라 주체적 삶으로서의 수명을 통해서 삶의 질이 보장되는 것이다. 결국 의학기술에 의존하여 수명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추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갖추는 것에는 크게 세 가지 차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의 건강을 철저히 관리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다. 특히 자기 존중감을 갖는 것이다. 질러는 삶의 질을“자기평가에 의한 자기존중감(self-regard)”으로 정의하고 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질병의 발생, 죽음 등이 단순히 운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질병에 잘 걸리며, 질병에서 회복되는 비율이 낮다고 한다. 예일 대학교의 레비 박사팀은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욱 건강할 뿐 아니라 평균 수명 7.6년이 더 길다고 한다. 진취적인 삶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대인관계를 맺는 일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사회관계를 통해 행복감과 만족감을 얻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 지역의 연구에서도 역시 사회적 위계질서와 경제활동을 포함한 사회활동의 중요성을 볼 수 있다. 우리 삶의 질은 단순히 수명의 길이에 있기보다는 사회 속에서의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조건으로 건강을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삶의 질은 주관적이면서 객관적 것이다.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생명 공학으로 불치병이 치료된다고 할지라도 삶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또 극히 일부 계층만 삶의 질이 보장된다면 결코 좋은 사회는 아닐 것이다.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건강과 사회 전체의 건강, 대인관계의 건강을 함께 추구하는 것은 생명 조작의 가능성이 커지는 이 시대에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