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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925

​축문이 타는 계절 해마다 입향조의 가을묘제가 있는 날이면 치술령 아래에 있는 고천골로 간다. 소나무 간간히 보이는 갈참나무 숲길을따라 한참이나 걸어 올라야 선조의 혼령을 모시는 재실이 있다. 도포가방을 들고 비틀거리며 오른 언덕에는 선조님을 영원히 사모하고 기리는 집이란 영모재의 현판이 석봉체로 선명히 걸려 있다. 지난 봄에는 도난당한 현판의 복원을 위해  서각집을 드나들며 오래되고 단단한 고목의 판자를 고르고 글자체를 골라 보름을 다듬고 쓰다듬어 현판제막식을 성대히 치렀다. 해마다 선조의 산소 앞에서 직접 참배를 하던 옛 예법을 벗어나 올해 처음으로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영모재실 안에서 강신을 먼저하며 기제사의 예법으로 묘제를 올리기로 문중에서 결정을 했다. 고산준령에 있는 선조님들의 산소에 다 늙은 노인들이 일일이 .. 2024. 12. 8.
우리나라 만세다 ! ​ 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가 있어 우리나라 만세다. 개나리도 꽃이 먼저 피고 벚꽃도 꽃잎부터 터트리는 들끓는 냄비근성이 있어 우리나라 만세다. 그 근성 하나로 이 나라를 일구어 왔지만 진실을 보지 않고 서둘러 빨리빨리하는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 만세다. 천년의 외세에 시달리면서도 사방의 열강에 언제 불이 붙을지도 모르는 환경에 처해 있으면서도 마냥 꽃놀이를 즐기는 우리나라 만세다. 엄동설한 하얀돔에 때아닌 벚꽃 같은 게 피어 어둠에 검은 나비가 날아다니고 장난감 같은 총을 들고 도깨비 뿔을 단 거미들이 창을 기어 넘어가는 우리나라 만세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듯이 남이 잘 되는 꼴을 도저히 못참는 우리 민족이 21세기에도 만연하는 정서에 우리나라 만세다. 아집과 고집이 난무.. 2024. 12. 7.
모자가 잘 어울리는 여자 지난 여름 나는 아내와 둘째 딸과 함께 백화점에 갔었습니다. 내가 그곳에 볼일이 있어서 간 것이 아니라 두 여자의 운전기사를 자청하여 그곳에 갔었습니다. 가기는 갔는데 두 여인과 객장을 다니면서 나는 금방 후회를 하고 말았습니다. 이럴 줄 알면서 왜 또 따라왔던가 하는 후회를 곱씹으며 나는 할 일 없이 점포 순례를 시작했는데 그 순례는 끝이 없었습니다. 사지도 않을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기를 수십 번, 행여 점원이 화를 내지는 않을까 하여 죄 없는 내가 다 조마조마했건만 두 여인은 눈치도 없는지 점원의 짜증스러운 시선엔 관심이 없는 듯 결국 티셔츠 한 장으로 쇼핑을 마감하고 손을 털었습니다.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나는 아내에게 한 가지 제의를 하였습니다. 모자를 한 개씩 사 줄 테니 모자점에 가보자는.. 2024. 12. 6.
헌정질서 뒤흔든 尹, [칼럼]헌정질서 뒤흔든 尹, 대통령 자격 없다취임선서한 국회에 계엄군 투입한 대통령내란죄 수사도 불가피탄핵절차 돌입…윤석열 탄핵소추안 5일 새벽 국회본회의 보고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박종민 기자 2022년 5월 10일 화창한 봄날.잔디광장을 가득 메운 4만1천여명의 참석자들이 한 사람의 입을 응시하고 있었다.배경음악과 함께 성큼성큼 발언대로 다가선 윤석열 대통령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오른손을 들었다. "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 2024. 12. 5.
만성 통증이란 무엇인가? 고질적인 통증을 달고 사는 것만큼 인생을 괴롭게 하는 일도 없다. 특히 이 시대는 만성 질환과 환경성 질환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때때로 엄습하는 통증의 공포는 단순히 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삶을 포기하고 싶은 지경까지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만성 통증. 의학적으로는 6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될 때를 만성 통증(chronic pain, Chronische Schmerzen, 慢性痛症)이라고 하는데, 외형적 조직 장애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직접적인 손상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최근 현대 의학은 만성 통증과 관련하여 물리적 증상 치료를 넘어 정신과 감정적인 측면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심리 교육만으로 또는 정신요법을 가미해서 수천 명의 심각한 통증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 2024. 12. 5.
사랑과 사유의 공통점 들뢰즈가 말하는 사유는 그렇다. 어떤 폭력적인 형태라는 것이다. 나의 의지에 의해 혹은 평소에 갖고 있던 반듯한 기준으로 사물을 재는 것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마주쳐지는 어떤 것! 그것이 바로 들뢰즈가 말하는 사유이다. 우리는 이런 비슷한 느낌을 사랑에서 발견하곤 한다. 사랑하는 대상과 마주쳤을 때의 느낌은 분명 특별하다. 하루에 열 번을 마주쳤다 해도 못 알아봤을 평범한 얼굴일지언정 마주침으로 다가왔을 때 상대방의 얼굴은 그 어떤 미남 미녀의 얼굴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 어느 날이다. 내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가 말했다. “우리 헤어져!”라고... 그 혹은 그녀는 구체적인 이별의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그냥 헤어지자는 한마디만을 남기고 홀연히 떠날 뿐……. 그때부터 나는 크나큰 충격에 사로잡힌다. 왜.. 2024.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