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네 집에는 손님 끊기는 날이 별로 없다.
여행 중에 그집에서 하루라도 쉬고 또 한 끼라도 대접받고 오는 것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우리 집이나 별반 차이 없이 편안하다. 그렇다고 음식을 유별나게 잘 대접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식구들이 평소에 먹는 음식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 말고 눈에 띄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화려하고 굉장한 집도 아니다. 보통 사람들 사는 아파트에 방 한 칸을 따로 구별해서 언제나 잠잘 곳이
필요한 사람이면 그 수수한 방에서 자고 수수한 음식 한 끼 먹는 것이다.
그러나 정다운 대화가 있고 가족같은 반가움이 있어서 그 집에 들르고 오면 고향에 형님 집이나 시집간
누이동생 집에 다녀온 것처럼 기분이 좋다. 늘 손님들이 그렇게 오고 가는 집이라 그 집의 자녀들도
고모나 외삼촌이 왔거니 하는 듯 손님들에게 익숙하다.
단 한 가지 이 집에서 하루라도 묵고 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진첩만큼이나 커다란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한 구절쯤 덕담을 남겨 놓는 것이 방 값이요 음식 값이다. 그것을 읽어보는 것도 여간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이 집을 다녀간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남긴 덕담을 뒤적거려 보면 어떤 시집보다도 감동적이다.
덕담이 모두 명언 명귀여서 가보처럼 소중히 보관한다. 내 글이 누군가의 집에서 소중히 여겨지고 있고 또
누군가 나처럼 그 집에서 신세지는 사람은 한번쯤 읽을 테니 아마 지금도 내가 쓴 몇 줄의 글을 누군가 읽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요즘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얼씬거리기에는 너무 철저히 방비된 우리의 생활구조를 보면서 이웃 간에
십 년을 살아도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지내는 멀뚱함이 야속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때 쯤에는 아침 식사로 보리밥에 호박잎을 찌고 된장찌개가 나오는 강희네 집에 아침밥을 얻어 먹으러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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