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둥이 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고 한 달 정도 지난 일요일 밤이었다.
“엄마! 학교 가기 싫어요. 내일 안 갈래요.”
“응? 학교 가기 싫어?”
“네, 여자 친구들이 나랑 놀아 주지 않아요. 그래서 학교 가기 싫어요.”
“아! 친구들이 놀아 주지 않아서 속상했구나.”
“네,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도 그래요. 내가 말을 걸면 못 들은 척하고 대답도 안해요.”
“그래서 가은이가 힘들었구나.”
아이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한참을 울던 아이는 감정을 쏟아 냈다.
“그 아이들이랑 같은 반이 된 게 잘못이에요. 다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요. 전학 갔으면 좋겠어요.”
“친구들이 다 전학을 가 버렸으면 할 정도로 힘들고 속상했구나.”
“네, 차라리 다 죽었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표현에 놀라긴 했지만 마음을 계속 읽어 주었다.
“아! 친구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가은이가 많이 속상했나 보구나.” 아이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궁금한 것도 물어보지 않고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주면서 지켜보았더니 아이는 차츰 안정을 되찾았고 이내 잠이 들었다.
아이 마음을 충분히 읽어 주었고 마음껏 울었으니 내일 아침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학교에 갈 것이라는 기대와
한편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밤을 보냈다. 월요일 아침에 아이는 평소와 같이 밝은 표정으로
일어났다. “엄마! 학교 안 갈래요.” “지금도 학교 가기 싫다고?” “네, 그러니까 선생님께 문자 보내 주세요.”
“그런데 어쩌지? 엄마는 곤란한데…. 가은이가 직접 보내는 게 어떨까?”
아이가 문자 보내는 게 쑥스러워서 할 수 없이 학교에 갈 것을 기대하고 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이가은입니다. 친구들이 놀아 주지 않아서 학교 가기 싫어요.”
“가은아! 선생님이야. 친구 문제로 많이 힘든가 보구나. 그러면 학교에 와서 선생님께 이야기해 주지 않을래?”라고
선생님에게 답장이 왔지만 아이는 더 이상 답을 하지 않은 채 학교에 가기 싫다고만 했다. 그때 아이 휴대폰으로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받기 싫다는 아이 대신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가은이가 학교 가기 싫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사실은 가은이가 그동안 친구들과 잘 지냈는데요. 근래에 친구 사이에 문제가 좀 있었어요.
제가 학교에서 가은이와 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선생님과 짧은 통화를 한 아이는 학교에 가겠다고 했다.
평소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남편은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화를 내어서 모두 감정이 상하는 일이 가끔 있었던
터라 그날도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말없이 지켜보다 아이가 가방을 챙기자 “가은아, 오늘도 화이팅!” 하고 응원을 한 후
출근을 하는 것이다. 나도 웃는 얼굴로 아이를 배웅한 후 휴대 전화를 보니 선생님의 문자가 와 있었다.
“어머님이 마음고생을 하셨겠어요. 교우 관계가 가장 어렵지요. 가은이가 오면 교실에서 잘 얘기해 보겠습니다.”
“선생님이 따뜻하게 말씀해 주시니 밤새 무거웠던 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네요. 감사합니다.”
편안해진 마음으로 남편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오늘 당신이 나를 믿고 지켜봐 줘서 고마워요. 우리가 의견 충돌 없이
가은이가 기분 좋게 학교 가도록 힘을 준 것 같아 뿌듯한 아침이에요. 행복합니다.” 남편은 사랑한다고 답을 보내왔다.
아이의 하교 시간 무렵,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가은이와 얘기를 잘했습니다. 단짝 친구와 근래 사이가 안 좋아져서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은이에게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친구 사이에는 여러 가지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앞으로
힘들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얘기해 달라고,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얼마 후 아이는 평소보다 밝은 표정으로 신 나게 집에 왔다. 나는 아이를 꼭 안아 주며 엄마에게 얘기해 줘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했고 아이는 다음 날도 즐겁게 학교에 갔다.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지니 남편과의 관계도 좋아지는 것 같다.
'좋은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물다 가고픈 집 (0) | 2023.12.11 |
---|---|
아버지의 자리 (0) | 2023.12.10 |
두 갈림길 (0) | 2023.12.08 |
퍼플 커플 관계(Purple Couple Relationship) 2 (1) | 2023.12.07 |
퍼플 커플 관계(Purple Couple Relationship) 1 (0) | 2023.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