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누구나 부정하고 싶어한다. 스위스 이튼 교수는 25세부터 누구나 노화가 시작되지만 실제로 자신이 늙고 있음을 느끼는 시기는 40대부터라고 한다. 그리고 50대에 들어서는, 젊음은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남은 인생을 노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불안감과 공허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 시기를 위기와 상실의 시대라고 한다.
특히 여성은 늙는다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여자의 30대는 환갑이며 정월 지난무요, 40대면 계집 행세도 못해서 장승조차도 돌아보지 않고, 50이면 얼굴만 늙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늙어 오그라진다.”
누가 어떤 잣대로 위와 같은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늙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두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알게 모르게 늙음에 대한 편견을 배운다. 성이나 인종을 편견하는 것처럼 늙음에 대한 편견은 노인 차별로 이어진다. 그래서 여자가 늙는다는 것은 성 차별과 노인 차별이라는 두 가지 차별을 동시에 겪는, 더 두려운 일이 되는 것 같다. 생리적 기능이 감퇴고 죽음이 무섭다는 이유만으로 늙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형성된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나이가 들어서까지 영향을 주어 스스로를 가치 없는 인간으로 간주하게 되는 상황이 더 무서운 것이다.
긍정적 태도가 장수를 결정짓는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생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예일 대학교 레비(Levy) 박사 연구팀의 연구가 “성격과 사회심리학회지(Personality of Social Psychology)”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그마치 7년 반이나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50세 이상 남성 338명과 여성 322명을 대상으로 노화에 대한 태도를 조사하였다. 그리고 23년 후, 이들은 연구 대상에 참여한 사람들의 생존율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성(性), 연령, 건강 상태, 사회경제적 수준, 고독감이나 신체 기능 등과는 상관 없이,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즉 노화에 대한 태도는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체중을 관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다른 사람에 비해 낮은 개인의 경우는 4년 정도, 또 건강한 생활 행태를 가진 개인의 경우는 1~3년 정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개인 노화에 대한 태도는 무려 6,7년이나 수명을 연장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정신과 육체는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이 연구는 인간의 정신 혹은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좋은 사례이다. 우리는 흔히“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인생의 실패로 좌절이나 고통 속에 처해있을 때 남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위로의 말이며, 그저 일상적으로 내뱉는 진부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최근 몇몇 연구들은 이를 사실로 입증하고 있다. 낙천주의자들이 더 오래 살고 건강하며 행복할 뿐만 아니라 훨씬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 준다. 데카르트(R. Descartes)와 같은 철학자가 제기한 개인 의식, 성격, 자아 의식 등을 포함한 정신 작용의 생리적 활동과 육체의 관계를 재조명해 주기도 한다. 사실 그동안은 정신이라는 개념이 주관적이어서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 정신과 육체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하였으나, 최근에 행해지는 연구들은 정신과 육체의 상호 밀접한 관련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결정된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제하는 것까지는 가능하지 않지만, 그러한 일들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주위의 환경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지라도, 그 환경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가 앞으로의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늙는 것을 멈추게 할 방법은 없다.
그래서“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세월 막을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늙는다는 것은 우리가 중요한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교통 체증에 걸려있는 상황과도 같다. 이는 매우 짜증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 화를 내기보다는 다른 선택, 즉 이미 늦어 버린 결과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생각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그냥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그 이상을 생각하거나 화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늙는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젊었을 때 너무 바빠서 못한 자기만의 일들을 스스로 찾아 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정신적 의지가 더 중요하다.
삶에서 제일 참기 힘든 것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늙음에 따라 인생의 목적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목적의 상실감은 삶의 의미에 대한 상실감으로 이어져 사람의 마음을 못 견디게 만들기도 한다.
전라북도 임실군 지사면에‘안하(雁下)마을’이라는 장수 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서는 60세는 청년일 뿐이며, 70세가 넘어야 철이 들었다며 어른 축에 끼워 준다고 한다. 이 마을 특징은 마을 대소사를 나이 든 노인이 결정하며, 그 결정이 곧 마을의 법이라고 한다. 노인의 위엄과 권위가 살아있어 이들의 여생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효자 마을에서 장수 난다”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닌 것 같다.
자! 이제부터는 마음을 고쳐먹자.
“40대는 소녀, 50대는 처녀, 60대는새댁, 70대부터 비로소 중년에 접어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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