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이런 병입니다. 영어로 치매를 뜻하는‘dementia’는‘정신이 없어진 것’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적 능력이 부족한 정신지체(mental retardation, amentia)와는 달리, 치매는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유지하던 사람이 여러 가지 후천적 요인으로 지적 능력을 상실하는 모든 경우를 통칭한다. 이처럼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 질환은 60가지도 넘어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이고, 원인 질환에 따라 치매 증상이나 경과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치매는 단일한 질환명이 아니라 일종의 증후군인 셈이다.
치매의 원인 질환을 진단하는 일은 중요하다. 치매의 진단이란, 단지 환자가 치매 상태인가를 평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매를 유발한 원인 질환을 규명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치매는 원인 질환에 따라 증상뿐만 아니라 치료 방법도 다르고, 원인 질환을 치료하여 완치되는 경우 - 예를 들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의한 치매 - 도 있기 때문에, 결코 진단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봐도 치매가 뻔한데 무슨 검사냐?”라는 오해가 하루 빨리 없어졌으면 한다. 정확한 진단 없이는 적절한 치료도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치매의 진단은 빨라야 한다. 오전에 있었던 일을 잊어버려도, 또 늘 다니던 동네 슈퍼를 못 찾아도 노인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몇 년씩 기억력 감퇴와 지남력 장애로 생활이 위축되고 갖은 고생을 해도‘노인이니까’외면하다가, 결국 헛것을 보게 되거나 대소변을 못 가리게 돼서야 병원을 찾는다. 특히 노인성 치매 상당 부분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진행성 질환에 기인하기 때문에, 조기에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필연적으로 다양한 정신병적 증상과 신경학적 증상을 보이게 된다. 이런 증상들은 치매의 핵심 증상인 인지기능 감퇴보다 오히려 더 큰 절망감을 가족들에게 안겨 주어 최소한 보호 의지마저
꺾어 놓는 계기가 될 때가 많다. 진단이 빨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즘은 인지 기능을 호전시키고 증상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여럿 있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를 시작한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치매는 한번 걸리면 끝장이야! 방법이 없어!”라거나“늙으면 누구나 다 그런 거야!”라는 편견 역시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노화성 인지 감퇴(건망증)와 어떻게 다른가
흔히 건망증이라고들 하는 노화성인지 감퇴 환자는 사건이나 경험의 내
용 중 일부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할머니가 낮에, 오후 7시까지 저녁을 드시러 오라는 딸의 전화를 받았다고 해 보자. 할머니가 노화성 인지 감퇴라면“몇 시에 오라고 했더라?”하고 다시 딸에게 전화해서 확인하겠지만, 만약 치매 환자라면 딸이 그런 전화를 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저녁을 준비한다.
또 노화성 인지 감퇴의 경우에는 기억나지 않은 부분이 어느 순간 다시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치매 환자에게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즉 노화성 인지 감퇴는 기억한 내용을 인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반면, 치매는 내용을 저장하는 단계부터 장애가 있다. 아울러 치매는 노화성인지 감퇴와는 달리 진행성 장애이기 때문에, 기억력이 점점 더 나빠져 결국은 직무 수행이나 가정 생활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기억력이 계속 나빠진다
면 노화성 인지 감퇴보다는 치매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최상의 치료는 예방이다. 치매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예방 접종과 같은
확실한 예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치매의 발병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인자들을 미리 조절하여 치매에 걸릴 확률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치매의 위험 인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유전 - 치매는 유전병인가?
혈관성 치매는 유전 직계 가족(부모 형제) 중에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가 있을 경우에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4배 정도 높다. 그러나 가족성이 바로 유전성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유전자 이상 등에 의한 유전성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전체의 10~15퍼센트 수준으로 추산된다.
2. 성격 - 치매에 잘 걸리는 성격이 있는가?
병전 성격이 치매의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성격은 대인 관계를 형성하고 생활 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뇌손상의 정도가 비슷한 경우라도 성격에 따라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이나 가족들이 환자의 증상을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에 차이가 난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 시간을 많이 늘여 평소 즐기던 취미 생활을 유지하는 노력이 좋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에는 병전에 중요한 결정을 배우자 또는 다른 이에게 미루고, 사회적인 대인 관계가 적으며, 매사 의욕이 없는 성격이 많다고 하며, 혈관성 치매의 경우에는 우월감과 자기 주장이 강하고, 직장이나 가정에서 쉽게 자제력을 잃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3. 스트레스 - 마음 고생이 심해도 치매에 걸리나?
스트레스가 치매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심한 스트레스는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하고 집중력과 기억력 감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경한 치매 환자의 독립적인 생활 능력을 급격하게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4. 흡연 - 흡연이 치매 예방에는 좋다던데…
미국에서 시행한 역학 조사에서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알츠하이머형 치매 유병률이 낮았다고 보고하면서, 흡연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정교한 후속 연구들을 통해 흡연자에게 치매가 적은 것은 흡연자가 조기 사망한 분석상의 오류라고 확인했다. 흡연은 알츠하이머형 치매뿐만 아니라 혈관성 치매의 위험성을 높이는 위험 인자이므로, 흡연을 삼가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길이다.
5. 호르몬 요법(에스트로겐 대체 요법) -골다공증도 예방하고 치매도 예방하는 묘약
여성의 폐경기 증후군과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를 위해 에스트로겐 대체 요법이 이용되어 왔다. 에스트로겐 호르몬 대체요법 집단의 여성은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지 않았던 여성에 비교하여 유방암 발병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63% 낮았으며 특히 유방암 가족력이 없거나 또는 양성 유방 종양이 발생한 적이 없는 여성이 에스트로겐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은 경우 유방암 발병 위험성은 더욱 낮다는 사실도 제시되었다.
현재 에스트로겐 호르만으로 대체요법을 받는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병 위험성이 감소하지만 그러나 프로게스틴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면 유방암 발병 위험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규명되지 않고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하여 에스트로겐 호르몬 치료만을 적용하는 경우 심장병, 뇌졸중 및 혈전 생성 발병 위험성이 특별히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현재 폐경기 증상을 겪는 여성들의 경우 폐경기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해서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아야하는 여부와 또한 어느 정도의 치료기간이 안전한지 여부에 대하여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실정인데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항은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에게 에스트로겐 호르몬만으로 대체요법을 적용하면 안전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는 여성에게서 뇌졸중 또는 혈전 발병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폐경기 증상을 경감으로 인한 득과 실을 잘 따져 봐야 한다.
미국 NYU 의대의 Lila Nachtigall 박사는 에스트로겐 호르몬만으로 치료하는 대체요법은 인체에 안전하다고 밝히면서 특히 자궁이 절제된 여성의 폐경기 증상을 경감시키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녀는 문제는 에스트로겐이 아니라 프로게스틴 호르몬이라고 밝히면서 그러나 에스트로겐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는 여성에서 혈전 발생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혈액응고 이상 증세를 가진 여성에게 에스트로겐 호르몬 대체요법을 실시할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6. 운동이나 식이요법이 치매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되는가?
비타민 B(티아민)가 풍부한 음식과 지방이 적은 음식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보고가 많다. 고른 영양 섭취와 함께 과음하지 않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 매일 약 30분 정도 규칙적인 심혈관 운동을 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단 노인의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하여 자신의 연령과 건강 상태에 알맞은 강도와 운동을 처방받는 것이 안전하다.
7. 위험 질환 관리 - 몸이 건강해야 치매도 안 걸리는데…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고지질혈증 등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의 발병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노년에 흔한 대표적인 질환들이다. 만약 이런 병을 앓고 있다면 미리 잘 관리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치매 없는 노년을 위하여
몸과 마찬가지로 정신 또한 미리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치매는 그 어떤 신체 질환보다 노년에 흔하고, 고통 또한 심하고 길다.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면 조기에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처럼, 건망증을 비롯한 인지 기능 저하를 느낀다면 조기에 노화성 인지 감퇴와 치매에 대한 검진을 받아 예방과 조기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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