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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만남과 감격의 계절.

by 은빛지붕 2024. 3. 18.

 

 

 

꽃샘추위가 지나간 자리에 간간이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날이면 유난히 그리움에 젖었다.

릇이 잠기는 눈에 그림자라도 들어오면 벌떡 일어나 뛰어나가곤 했다. 사람이 그리웠다.

사람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그 동산, 그 나무, 그 들판이었다.

움직임이나 변화가 느린 그때, 강아지, 송아지, 병아리도 움직이는 것이기에 무척 좋아했다.

어렸을 적, 시골 우리 집엔 전기도 안 들어오고 텔레비전도 없었다.

금처럼 영상으로 온갖 사람들을 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사람이 참 귀했다.

그래서 작은 만남에서도 곧 정이 들었다. 친척이 다녀가면 오랫동안 그 그림을 지우지 못했다.

학교 가면 집에 계신 부모님이 보고 싶었고 집에 오면 선생님이 자꾸만 떠올랐다. 

친구가 집에서 놀다 갈 때면 곧장 따라나서 그 집으로 마실을 갔다.

누구든 헤어지면 곧 그리움이 쌓였고 누구든 만남 자체가 감격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형제가 여덟인 집에서 자랐는데도 그랬다. 누구나 소중하고 귀했다.

3월이면 사람이 더 그리워졌다.

유망한 40대 가장이 정신은 멀쩡한데 온 몸이 마비되는 몹쓸 병에 걸렸다.

얼굴을 제외한 몸 전체가 굳어버렸다. 5년 동안 침대에 누워 한 번도 바깥세상을 볼 수가 없었다.

아내와 두 딸이 절망하지 않고 극진히 간호하고 보살펴 준 덕에 미소까지 마비되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환자의 천진한 웃음을 지켜보던 한 친구가 폐쇄회로 TV를 설치해 주었다.

그날 화면을 통해 골목과 그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는데 얼마나 신기하던지,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다가 끝내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별을 보는 감격,

지붕 위의 달을 본다는 기쁨에 아내와 함께 그 밤을 꼬박 지새웠다. 경이와 감격의 밤이었다.

 

성경을 읽다보면 하나님이 사람을 찾아오시는 장면이 자주 나타난다.

하나님이 죄인을 찾아오시고 만나주신다. 죄 짐에 눌린 사람에게 다가오시고, 절망하는 사람,

배한 사람, 상처받은 사람, 고통에 흐느끼는 사람, 번민하는 사람 누구든 가리지 않고 다가가신다. 

그 만남의 절정이 십자가다. 거기에서 하나님이 사람을 가장 가치 있게 여기셔서 구원하는 만남,

사람과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이 서로 합쳤다. 영원한 사랑, 하나님이 사람을 향한, 사람을 위한

감격적인 사랑의 만남이다. 귀한 관계의 장이다.감격이 없는 곳에는 큰일이 생길 수 없다.

”칸트가 한 말이다. 흐느껴 울고 있는 스펄전 목사에게 아내가 물었다.“ 왜울고계세요?”

“오늘은말이야, 내가십자가를 생각해도 감동이 없어, 슬프게도 말이야.”라고 대답했다.

감격이 큰일을 이룬다. 감격없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어둠을 밀치고 두꺼운 각질을 뚫고 나오는 생명력이 치솟는 3월, 어떻게 감동없이 맞을 수

있겠는가? 신입, 이사, 입학 등 새로운 얼굴들을 어찌 밋밋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머쓱하게 지낼 수 없다.

자연에 감동하고 인정에 감격하며 사랑에 감동하고 너 때문에, 그것때문에 감격하는 계절이다.

만남을 감격으로 이어야 한다.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어야 한다. 천연이 생명력을 발산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생명력 있는 관계, 서로 감격하는 관계로 약동하는 계절이다.

소중한 만남의 계절 3월이다. 만남과 감격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