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가야!
너를 처음 내 몸 안에 가졌을 적 느낌을 기억한단다. 얼마나 신기하고 감사했는지….
그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 그 신비로운 뱃속 생명이던 네가 이제 내 곁에 숨소리 새근거리며 누워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단다. 보챌 때마다 젖을 물고 이내 잠들어 엄마를 알아보는 너는 분명 내
아들이고, 방귀 끼고 재채기하고 트림하는 것만 보아도 마냥 신기하고 이쁘기만 하니 그것도 내
아이라는 증거구나. 과연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게 자식인가 생각하다 눈에는 안 들어가겠지만,
소중한 너를 위해서라면 어떤 미친 짓, 조롱받을 짓이라도 할 각오가 되니 그 또한 핏줄의 신비로운
증거이구나. 그런 내 아들. 엄마가 보기엔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사랑스럽구나. 그저 순수하고
이쁜 모습, 이 부족한 엄마가 얼마나 잘 지켜 주며 키울 수 있을지 걱정되기만 한단다.
이제 이름을 지어 주어야 하는데, 이름은 있어야 되는데 왠지 그냥 이름 없이 두고 싶은 엉뚱한
아쉬움이 드는 이유는 무얼까? 이 험한 세상 이름 석자로 네 순수한 모습 그대로 내보내, 줄 지어
놓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그냥 이대로 아가라 부르고 싶다마는 이름은 꼭 필요하겠지?
네 존재의 확인일 테니까.
너를 낳아 준 또 한 사람 네 아빠는 이제 결코 이전까지와 같은 모습이 아니란다. 이 세상에서
너와 나, 둘의 가장 가깝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아빠는 나와 너에게 무척 든든한 분이란다.
너와 함께 이 엄마가 정말 귀하게 대하며 살아가야 할 사람으로 여겨져 이제 달리 보이는 것이
이 초보 엄마도 철이 드는가 보다.너를 보고 있으면 왜 그런지 자꾸 눈물이 난단다. 어디가 아픈지,
배가 고픈지 칭얼대는 모습 안타까워 눈물나고, 새근새근 단잠 자는 얼굴에 가끔씩 찡그리고 웃고
하는 표정 보며 눈물나고, 그저 모든 게 사랑스럽고 보기에도 아깝고 만지기엔 더더욱 아까워
어찌할 바 몰라 눈물이 나는구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가 너를 보듯 귀하게 키워졌다는
생각이 미치자 온통 귀하디귀한 사람들만 있어 그들을 대할 내 마음은 새로운 다짐 같은 걸 하게
된다.내 아이가 이렇게 귀하면 남의 아이도 그만큼 귀하며, 똑같은 사랑받고 그만큼 컸을 어른들
또한 귀한 존재로구나라는 생각에 함부로 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하나님께서 정말 나를 이렇게 사랑하셨을까? 내가 너를 보기만 해도 감격스러워 눈물이 나는 것
처럼, 나를 그토록 사랑하셨을까 하며 하나님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한단다.
하지만“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어찌 내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 큰 사랑으로 날 만드시고 널 만드시고 모든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의 마음을
엄마 된 스물일곱에서야 아주 조금 짐작할 수 있단다. 어젠 우리 아가, 낯선 환경 탓인지 밤새
놀라기도 하고 잠 못드는 모습 안쓰러웠지만, 엄만 너무 피곤해 간간이 깨서 널 본 것 빼곤 잠을
잤단다. 그 대신 나를 낳아 키우신 분께서 밤새 잠 못 이루고 고생하셨구나.
아직도 딸 일이라면 열일도 마다 않으시는 네 외할머니께 참으로 죄송하고 감사하다.
이 세상에 내가 할 일은 이제 너 하나만 반듯하게 키워내는 것, 단 하나뿐인 것처럼 느껴진다.
사랑하는 우리 아가야, 지금 모습 그대로 사랑스럽고 예쁘고 건강하게 엄마 아빠 곁에 있어 주렴.
엄마 아빠 또한 네 곁에 든든한 보호자로 언제까지나 서 있겠다고 약속하마.
사랑하는 아가에게 글로도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엄마 마음 여기서 줄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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