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달라진다. 어제의 빛깔이 아니다. 크기도 그렇고 모양도 새롭다. 새로운 잎새요
새로운 꽃이다. 새 그림이다. 새봄의 햇살은 새로움의 원천이다. 산천이 달라진다.
푸르름으로 옷 입힌다. 뜨락의 나무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 부신 빛으로 뽐낸다.
나날이 자라고 나날이 푸르러간다. 채마밭의 상추도 어제의 옷자락이 아니다.
하루사이에 긴 치마를 드리우고 이슬 보석에 자태를 모은다. 한 쌈 가득 물면 곧 새 피가
도는 것 같다.우리 몸속의 피는 신체의 모든 기관을 돌며 깨끗하게 한다. 상처난 곳도 휘돌아
새살이 돋게 하고, 누적된 피로를 휘감아 새 힘을 넣는다. 일하다 탁해진 자신은 간 속을
지나면서 걸러져 맑은 새 빛을 띤다. 허파에서 산소를 공급받아 다시 온몸을 순환하며 쌓인
독소를 빨아들인다. 또 간에 들어가 해독을 시키고 깨끗하게 하는 일을 계속한다. 그 사이에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노래하는 어린이들의 혈색을 생기와 활기로 넘치게 한다.
피는 그 깨끗하게 하는 일정에 영양소도 담아 우리 몸을 새롭게 한다. 날로 자라게 한다.
새 잎새에 쏟아지는 햇살이 그렇게 눈부신 줄은 몰랐습니다.”누군가를 사랑하면서부터 세상이
달리 보인다. 추적추적 빗소리가 아름다운 선율이다. 풀잎의 움직임조차 차분한 감동이다.
찔레꽃 한 숨에도 취한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본다. 사랑하고 있는 가슴은 그리움으로 차고,
사랑받고 있는 나는 멈추지 않는 기쁨에 새롭다. 사랑 때문에 힘이 솟는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사랑은 설렘이고 감격이며 환희이다. 사랑은 신비한 빛을 가슴에 새겨 준다. 사랑은
우리에게 새로운 빛을 띠게 한다. 새 얼굴에 새 미소에 새 노래를 선사한다. 날로 새롭게 한다.
갓난아기가 젖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지만 엄마의 사랑을 더 갈구한다. 사랑 없이 새록새록
달라지는 모습을 어찌 볼 수 있을까? 아니, 엄마 뱃속에서도 마찬가지 순전히 엄마의 사랑의
크기만큼 자라난다. 입덧 때문에 며칠씩 음식 한 조각 못 대는 엄마는 그보다 사랑을 달라는
태 중 아이의 호소에 응하며 너끈히 견딘다. 초등학생의 가방이 무거워짐에 따라 부모는
가방안에 사랑을 더 많이 집어넣는다. 거저 쑥쑥 자라는 것 같지만 숱한 밤의 고열을 누가
잡았으며 꼼꼼히 챙기는 영양은 누구의 손길이었나? 첫 직장에 나서는 아들의 양말을 내 놓는
손길, 결혼식장에서 대기 중인 딸의 눈물을 훔치는 손수건, 누구의 것인가? 심지어 회갑 자리에
서는 아들의 넥타이를 만지며 옷매무새를 봐주는 손은 그 아내의 손보다 빠른 팔순 노모의 사랑과
정성이라니.사람은 사랑으로 자란다. 새롭게 하는 사랑의 힘으로 산다. 사랑 없이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다(성경 고린도전서 13장). 사랑의 원천이요 사랑하는 일의 효시인 예수의 사람을 사랑
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신다(요한복음13장1절).
“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는”사랑으로 사랑하신다.
푸르러 날로 새로워지는 이때, 외로워 너무 외로워서 아무도 없는 혼자인 적은 없었는가?
누구도 이해 못하는 아픔의‘왕따’를 겪진 않았는가? 배신의 쓰라림과 신뢰가 깨질 때의 참담한
낙망도 있었는가? 가시가 머리 가운데와 이마를 쑤욱 눌러 찌르는 고통은 어떠한가? 상처가 나서
피 흘리는 내 얼굴에 누군가 침을 뱉어버리는 일을 당해보았는가? 무거운 나무 둥치를 질질 끌면서
핏방울을 떨어뜨리는 고통은? 비틀거리면서도 나를 증오하고 멸시하고 거절한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죽으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내 손과 발에 박힌 못을 사정없이 쳐서 찢어지고 온몸의
급소가 쑤시는 아픔은? 땅 구덩이에 십자가를 내려 찧을 때의 충격을 온몸의 모든 신경으로 받아본
적이 있는가? 나무에 매달려 상처는 점점 더 커지는데, 군중들은 나를 욕하고 저주하며 기진한
몸에 돌까지 던지는 일을 겪어보았는가? 엄청난 고뇌와 고통으로, 나와 친구가 되기를 거절하는
자들을 위해 그렇게 죽어 보았는가? 예수의 사랑, 죽기까지 끝까지 사랑한 사랑의 표현이다.
그분이 친구를 위하여 죽으신 사랑의 모습이다. 나를 친구로 삼으신 사랑이다.
그분의 사랑은 내 영혼을 더 새롭게 만들며 은혜의 환희로 젖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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