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본얼굴을 감추려는 것일까.
그냥 있는 그대로 순수한 자기의 얼굴을 보여주면 어떨까.
과장하여 자기를 감춘다고 없던 지식이 높아지고 땅에 떨어진 명예가 드높아질 수 있을까.
사람들은 다 거기서 거기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저 한 치 두치
정도의 차이다. 행복이나 근심거리도 다 고만고만하고 즐거움이나 고통도 도토리 키재기로
다 고만고만하다.
내 아는 선배중에 한 분은 참 자기과장에 열중인 분이 있다.
남들이 다 아는 데도 본인만 모르는 것인지 가정사나 재물문제 문화생활까지 입만 열면 과장이
태반이다. 내가 겨우 백두산 여행 한 번 다녀온 얘기를 꺼내면 자기는 중국여행을 밥먹듯이
다녀 안 가 본 곳이 없다는 말로 상대방의 입을 선제적으로 봉쇄해 버리고 요즘 은행적금이자가
얼마인지 궁금해 하면 본인은 벌써부터 수 억을 나누어 맡긴 돈으로 여기저기 은행에서 나오는
쏠쏠한 월이자에 재미져 죽겠다는식으로 사전에 체면을 짓밟아 버리는 것이었다.
느닷업이 꺼내는 학벌자랑이 클라이막스다. 알기로는 중학교를 다니다 만 걸로 지인들은 알고
있는데 툭하면 대학원 졸업을 들먹인다. 우리가 가끔 모임 약속이라도 잡으려 하면 늘대학원
동기들과의 약속때문에 동기들과의 여행때문에 등등의 사유로 애걸복걸해서 약속을 잡는다.
그러나 그 속내를 아는이는 다 안다. 그 고질병이 늙으면 늙을수록 도를 더하는 것 같다.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장시간의 과장을 듣고 지친 차 한 잔을 들며 물끄러미 과장을 건너다 보는 데 과장이 전화를 받는다.
무어라 한 참을 이죽이더니 안색이 별로 좋지 않다. 50도 훨씬 넘은 미혼의 딸이 돈이 필요한 모양인
데 그 기세등등의 얼굴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찌그러진다. 참 많이도 갖다 바쳤다. 본가를 게스트
하우스를 한다고 해서 3억이나 들여서 리모델링을 했다. 딸이 원해서였다. 일 년 후에 문을닫았다.
잘 되던 건설회사를 아들에게 물려 주었다. 불경기에 죽을 쑤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딸이 있어
보디가드처럼 좋고 여행을 자주 다녀서 좋고 맛있는 거 많이 먹어서 좋고 만사가 다 좋다.
아들이 죽을 쑤든 밥을 하든 자기아들이 하는일은 다 옳고 세상은 다 내 페이스다.
나는 선배의 진지하고 진실한 본모습을 보고싶다. 내일 모레면 팔십인 데 노인다운 어른의 모습을
보고싶다. 어떨때는 철없는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천성일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까워서 그렇다.
저렇게 허풍선을 달고 다니면 제자리에 내려 섰을 때 얼마나 자신이 허전할까.
너 자신을 알라라는 어느 철인의 금언에 자신도 섬짓해지는 새벽이다.
세월이 하루하루 바래지는 느낌이다.
'좋은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이슬 같은 젊음 (0) | 2024.03.27 |
---|---|
라이벌의 만남 (0) | 2024.03.26 |
은혜의 빛깔. (0) | 2024.03.24 |
날로 새로워지는 기쁨. (0) | 2024.03.23 |
공포와 죽음과 안식. (0) | 2024.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