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고혈압에 불면증으로 약을 복용해야만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우울증까지 왔다. 요즘 더 심해져서 수면제를 복용해도 새벽에 여러 번 깨실
정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방 강의를 갔던 남편이 전남 광주에서 대구까지 일부러
장모를 뵈러 간 적이 있었다. 그날 남편은 밤 10시쯤 도착했는데, 장모가 사위와 이야기를
하고싶어 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된 대화가 새벽까지 이어졌는데,
그동안 가슴에 품고 있었던 모든 불만을 그날 밤 사위 앞에서 시원하게 토해 내셨단다.
남편은 그저 “네, 네.”, “아니, 그런!”, “그럴 수가.”, “오호, 정말~요?”, “그랬었군요.”,
“힘드셨겠어요.”, “잘하셨네요.”, “죄송합니다.”만을 말했을 뿐이었다.
이젠 속이 좀 풀어지셨는지 장모는 사위를 보고 약간 미안한 듯 “이제, 피곤해 보이니 가서
눈 좀 붙여야지.”하셨고, 남편은 속으로는 기뻤지만 겉으로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
많으셨는데, 제가 그동안 자주 찾아 뵙고 들어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고 얼른 방으로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갔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날 사위한테 차려 준 밥상의 수준이 평소와는 크게 달랐다.
사위는 그 이유를 식사 중에 깨달았다. 사위는 그날 아침에 장모의 얼굴빛이 해같이 빛나는
것도 느꼈다. 장모는 식사 중에 싱글벙글하며 사위에게 “내가 금년에 어제같이 편하게 자
본 적이 별로 없었네. 요즘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매일 약을 먹어야만 잠이 왔었는데,
요즘은 그 약도 잘 안 들고 하루에도 여러 번 잠에서 깨기 때문에 몹시 힘들었다네.
그런데, 어제는 김 서방한테 내 마음속 응어리들을 열심히 쏟아 내느라 그 약들을 깜빡 못 챙겨
먹었는데, 신기하게도 밤새 한 번도 안 깨고 아침까지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네.
그래서 지금 컨디션이 만점이야. 호호호, 이게 다 자네 덕분이네. 반찬 골고루 들고 밥 한 그릇 더
들게나” (남편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는 듯, 이 이야기를 할 때면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나라 우울증 인구 중 1~5퍼센트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이다. 거기서 남자는
10~15퍼센트, 여자는 15~20퍼센트가 우울증 발생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여자들이 좀 불리한 것이
인체 내에 우울증에 도움을 주는 세로토닌 합성이 남자보다 낮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그나마 남자보다 적게 저장했던 세로토닌이 고갈되어 우울증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홀로 계시는 장모(외로운 사람)의 심정을 잘 헤아린 사위(도우미)처럼 펀 스피치는 말만 재밌게
잘하는 게 아니라 많이 경청해 주며 마음을 같이해 주는,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 자세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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