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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운동(처방), 이럴 때는 꼭 필요하다 4

by 은빛지붕 2024. 11. 14.

땅을 일구고 식물을 키우며 얻는 건강 유익

 

 

 

왜소한 체구에도
필자의 고향은 철원 평야 끝자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임진강과 한탄강 줄기가 삼태기처럼 삼면을 감싸고 있고, 앞으로는 봉화산 아래로 농경지가 넓게 펼쳐져 있는 한적한 농촌 마을이다. 필자는 이곳에서 농사일을 하는 부모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였다. 형들에 비해 체격이 왜소하여 농사보다는 서울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부모님의 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물이 가득 찬 집 앞 방죽에서 헤엄쳐 다니는 오리 떼와 논일하시는 아버지를 따라나서 들판을 쏘다니며 해지는 줄 모르고 도랑에서 가재 잡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고향 집을 그리워했다. 그래서 대학을 진학할 때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성실하게 농사일을 하셨던 아버지와의 추억 때문이었는지 농업교육학과에 입학하였고 지금은 채소원예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밭일 해 본 적 없는 학생들과 함께
 노작은 노동의 참된 목적과 가치 그리고 옥외 활동의 중요성과 유익을 체험하는 과목이다. 한 학기 동안에 파종에서 수확까지의 과정을 모두 마칠 수 있는 완두, 상추류, 쑥갓, 근대, 아욱, 무, 배추, 고구마 등의 작목을 학생들이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다. 주로 밭이랑 만들기, 씨 뿌리기, 솎아 주기, 지주 세우기, 비료 주기, 물 주기, 제초, 병충해 관리 및 수확 등의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첫 시간에 조 편성을 한 다음 밭이랑을 만드는 요령과 시범을 보인 후 조별로 밭이랑 만드는 작업을 한다. 학생들 대부분이 밭일을 해 본 경험이 없다. 더구나 옥외 활동을 싫어하는 학생들도 있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려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하이힐까지 신고 온 여학생의 경우는 잠시 허리를 굽히는 일마저 힘들어한다. 여기저기서 내뱉는 한숨 소리로 가득 찬 첫 수업은 학생들에게도 지도 교수에게도 힘이 든다. 그러나 노작 수업을 마칠 때쯤이면 우리 몸의 근력 운동을 위하여 가장 좋은 장소가 헬스장이나 운동 경기장이 아닌 바로 흙이 숨 쉬고 있는 밭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놀라운 유익을 체험하며
 땅을 일구고 식물을 키우면서 얻는 유익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신체적 유익이다. 우리 신체는 활동하도록 창조되었다. 노작 활동은 씨를 뿌리거나 채소를 뽑거나 솎아 주는 등 소근육을 사용하는 작업부터 삽이나 괭이를 사용하여 밭을 일구고 이랑을 짓는 일 등 대근육을 사용하는 일까지 신체의 다양한 근육을 움직이게 한다. 대체적으로 1시간 동안 제초 작업을 하면 300칼로리의 열량이 소모되는데 이는 1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거나 빠른 걸음으로 걸을 때 소모되는 양과 같다. 괭이질은 79~98칼로리로 조깅(91~100칼로리)이나 계단 오르기(79~91칼로리)와 거의 비슷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물뿌리개로 물 주기를 할 때는 33~48칼로리, 씨앗 파종은 23~46칼로리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등 다양한 원예활동에서 상당한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유익은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의 경기 중심 체육 활동이 과도한 경쟁심을 유발하여 자칫 과격한 행동으로 부상을 당하거나, 승패의 결과가 품성 발달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는 반면 노작 활동은 근력 강화 효과뿐 아니라 작물을 기르는 동안 녹색이 주는 친밀감으로 감정이 순화되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식물 광합성 작용이나 생리 작용은 도시의 더러운 공기를 정화시키며 대기 중 음이온을 많이 발생시켜서 자율 신경의 진정, 불면증 제거, 신진대사 촉진, 혈액 정화, 세포 기능 강화 등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특히 식물의 대사 산물로 발산되는 테르펜이나 피톤치드 등은 인체 내 각종 병원균의 침입을 막아 주거나 정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

 

세 번째 유익은 종자의 발아와 식물의 성장과 수확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종교적 교훈이다. 힘들게 밭이랑을 만든 후 학생들은 종자 심는 일을 한다. 조심스럽게 줄을 지어 종자의 뿌림 골을 만들고 일정한 간격으로 씨를 뿌린 후 흙을 덮었지만 과연 한 주일 후에 싹이 잘 나올지(?) 궁금해한다. 이때 종자가 흙 속에 묻혀 수분을 흡수하면 효소 작용으로 종자 내 물질이 씨젖으로 변하고 어린 씨눈이 씨젖의 영양분에 의해 발아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종자가 흙 속에 있는 수분을 흡수하여 물속에 잠기게 될 때 종자의 성분이 변하여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옛사람을 물속에 잠겨 장사지낼 때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거듭남의 의미를 부연 설명할 수 있다.


근력 강화는 물론 균형진 건강과 기쁨까지
한 주일 후 드디어 연녹색의 어린 싹이 땅을 뚫고 얼굴을 내민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씨의 개수를 세어 가며 심었다고 생각했는데 싹이 난 상태를 보니 일주일 전에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씨를 심었는지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새싹으로 자라난 어린 채소들이 알맞은 햇볕과 공기 그리고 물과 양분을 고르게 흡수할 수 있도록 병든 것, 벌레 먹은 것들은 뽑아 주고 좁게 뿌려진 간격을 넓혀 주기 위하여 솎아 주는 일을 해야 한다. 농부의 마음으로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버려질 싹과 남겨 둘 싹을 선택하는 동안에도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완두콩같이 줄기가 가늘고 길게 자라는 채소는 키가 20~30센티미터 이상이 되면 혼자서 곧게 자랄 수 없기 때문에 줄기를 지탱해 줄 지주가 필요하다. 지주를 세우고 줄기를 붙들어 매는 작업을 하는 동안 이제는 학생들 스스로 영적 의미를 발견한다. “교수님! 우리도 완두콩처럼 인생의 지주 되시는 예수를 붙들고 바르게 자랄 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지요?”라고 한다.


건강한 채소를 기르려면 잡초를 부지런히 뽑아 주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잡초는 채소가 흙에서 얻어야 할 양분과 수분을 빼앗고, 햇볕을 가릴 뿐 아니라 병해충의 은신처가 된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채소밭은 거의 잡초와의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잡초가 생겨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투덜거리는 학생들에게 원수가 몰래 뿌려 놓고 간 가라지의 비유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수는 공중의 새, 들의 백합화, 씨를 뿌리는 농부 등을 비유로 하여 불멸의 진리를 설명하셨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해설자가 되게하여 일상을 통해 그분의 교훈을 알도록 하셨다. 창세 때 노동은 복으로 주어졌다. 노동은 진보와 능력과 행복을 의미한다. 특별히 밭에서의 노동에는 많은 축복이 약속되어 있다. 땅을 일구고 식물을 키우는 동안 근력이 강화되고, 녹색 식물에 들어 있는 자연 치유의 재생 능력으로 심신의 원기가 회복된다. 또한 영원한 삶으로 인도하는 진리의 말씀에 대한 실물 교훈의 유익을 통해 사람의 영적, 지적, 육체적 능력이 더욱 알차게 발달되니 이만한 축복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