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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알면 대화가 보인다

by 은빛지붕 2025. 2. 19.

 

 

 

 

어느 날 필자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경미한 사고를 경험했다. 왼쪽 주차 공간이 비어 있음을 확인한 다음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후진으로 차를 빼는 순간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어느 새 그 왼쪽 빈 공간으로 후진으로 주차하겠다고 다가서는 트럭과 부딪친 것이다. 접촉 순간 두 차가 재빨리 멈추어 트럭은 무사했고, 내 차만 살짝 패인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트럭에서 내린 40대 초반의 남성 운전자는 필자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아저씨 잘못입니다!”하고 말을 건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옆동에 살고 있던 그는 상황을 몇 차례 차근차근 설명해 주어도 자신은 잘못이 전혀 없다고 막무가내로 잡아뗐다.

어이가 없어서 자동차의 찌그러진 부분은 내가 알아서 수리하겠다고 말하면서, 왜 세상을 그렇게만 보고 살아가는가를 묻고 또 솔직히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생각하는가를 재차 물었다. 그제야 그는 자기 잘못을 시인하였다. “한 수 배웠습니다.”하면서“아직까지 자신은 부인이나 자녀들한테도 잘못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잘못했다고 인정하거나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를 인생의 패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많은 남성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도 않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지 않고 살아간다. 부인이나 자녀에게도 그런 방식으로 대한다면 가족은 아버지나 남편을 어떻게 바라볼까?


싸움의 방법을 터득해야 서로의 차이를 이해한다
결혼 초기에는 자녀가 어리기 때문에 아버지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아내는 남편을 덜 겪어 왔기 때문에 가능하면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은 남성의 권위적 태도에 점점 더 실망한다. 아버지가 그렇더라도 자녀들은 평생 아버지와 함께 살 게 아니라고 생각하여 가능하면 집에서 빨리 벗어나려 하지만, 아내 입장은 다르다. 죽을때까지 그런 남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지금 갈라서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어 겁이 나기도 하고, 수 차례 남편과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으며 다투다 보니 자신도 많이 변해 버린 것 같은 슬픔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애들만 없다면 헤어질 수 있겠는데 하며, 자신의 입장을 안쓰럽게만 생각한다.

그 반대 상황도 생각해 보자. 부부가 상당한 세월 동안 전혀 싸울 필요 없이, 아무런 갈등도 없이 살아간다면 과연 행복한 커플인가? 지난 몇 년 동안 한 번도 배우자로부터 속상한 마음이 들지 않고 살아가는 부부가 있을까? 만약 있다면 둘 중 한 명이 바보에 해당한다.

바보가 아니라면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더 이상 하지 않고,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부부간에는 싸울 기회가 주어져야 오히려 서로를 더 귀하게 여기면서 자신의 모습도 반추하며 살아간다. 싸움이 필요하다면 심한 싸움보다도 가벼운 싸움이, 잦은 싸움보다도 잊을 만하면 한 번 정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싸움의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다른 존재임을 알고 또 인정하고 세상살이를 해야한다.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나 자매도 무척 다르다. 하물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만난 부부는 얼마나 다르겠는가! 형제와 자매는 소리 지르고, 싸우고, 욕하고, 울면서 살아왔더라도 어린 시절부터 그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은 싸움이 있었더라도 얼마 안 가서 잊어버리고, 다시 싸우고 또 잊고 하면서도 서로 큰 상처를 받지 않는다. 부부는 다르다. 다투고 나서 화해를 했더라도 상처의 앙금은 남아 있다. 자신만 이해해 준다는 연애 시절의 말이 다 거짓말 같아 배신감이 들고, 그래서 극히 사소한 것에도 서운하기가 그지 없다.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부부간에 전혀 문제없이 대화가 잘 되는 커플은 상당히 드물다. 늙어 죽을 때까지 상대방의 모습에서 실망하거나 잘 몰랐던 부분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녀가 없었을 때는 단지 두 사람 간의 관계에서 마찰이 생기지만, 부부 갈등의 동기가 바로 자녀 양육이나 교육 방식과 관련성이 높듯이 자녀가 생기면 더 자주 부딪힌다. 겨울철 생후 2개월 째인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가정하자. 아침식사를 하다가 아이가 감기 기운이 있음을 알아챘을 때 남편과 아내의 반응이 서로 다른 경우를 보자. 한 사람은 빨리 아이를 안고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다른 사람은 저항력을 길러야 하니까 오후 늦게나 내일 아침까지 관찰해 보자고 주장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생각이나 주장이 모두 옳다.

서로 다를 뿐이지 어느 한쪽이 틀린 게 아니다. 그러나 자기 주장만 옳다고 생각했다면 상대방이 야속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같은 부모, 같은 환경 속에서 살아 온 형제자매의 생각도 다른데, 어찌 서로 다른 부모, 다른 환경 속에서 살다가 만난 배우자와 쉽게 통하겠는가! 서로 다름을 알고서 대화의 기술로 자기 생각을 전달하고, 상대의 생각과 차이에서 합의점을 모색해야 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양보가 무조건 현명한 방안은 아니다. 상대방이 양보를 해도 자신의 생각이 옳아서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부부는 특히 너무 가까운 사이이다보니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많은 사람이 결혼 초기에 다른 사람들로부터“깨가 쏟아지겠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당사자의 생각에는 황당한 말이다. 일주일 전에도 싸웠고, 어제도 다투어서 아직 풀어지지도 않았는데, 깨가 쏟아진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어이가 없다. 그런 표현에는 힘들더라도 참고 지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점차 살아가면서 싸움에 익숙해지고, 싸움의 요령도 터득하여 어른이 되라는 뜻이 들어 있다. 부부는 싸울 수밖에 없으므로 나중에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규칙을 정해 놓고 이를 준수해야 갈등이 생겨도 더 쉽게 극복하고 해소한다. 신혼 이래 아직까지 그런 규칙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정하면 훨씬 편해진다. 예를 들면, 싸움의 발단이 된 원인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는 규칙을 정한다. 많은 부부가 싸우면서 과거에 싸웠던 이유를 다시 끄집어내기도 한다. 물론 지난 번 싸운 이후로 서로 마음이 상한 일들을 이번 싸움에서 정리하여 이야기하는 것까지는 괜찮다. 그러나 이미 문제가 생겨 싸우고 끝냈는데, 다시 그 일을 이번 싸움에 끼워 넣는 것은 절대로 현명하지 못하다.


여자는 과정을 중시하는 감정 언어를, 남자는 결론을 중시하는 이성 언어를
또 싸움의 방법도 알아야 갈등이 증폭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여자는 감정을 세세하게 정리하여 표현하는 능력이 남자보다 더 뛰어난 반면, 남자는 상황을 전체적인 틀에서 보는 눈이 더 뛰어나다. 그래서 여성에게는 심난하게 보인 문제도 남성에게는 그렇게 큰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남성은 자신의 느낌을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능력이 여자보다 부족하므로 이야기를 더 천천히 하면서 여유를 갖고 자신의 생각을 수 차례 정리하면서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짜고짜 여자를 몰아치고 큰소리를 치는 경우 갈등만 증폭된다.

부부싸움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자기 생각을 정리하면서 전하는가를 생각해 보라. 평소에는 잘 정리된 내용도 화가 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생각이 흐트러져 버린다. 감정이 북받칠수록 여유 있는 말투나 억양이 필요하다. 그런 훈련을 해야 한다.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도 냉정하게 싸움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갈등이 쉽게 풀어지지만, 두 사람 모두 평소보다 더 빨리, 더 크게 이야기하면 상처를 심하게 입는다. 평소보다 더 빨리 말하면 싸움이 커지고 이기지도 못하며, 말을 더 많이 했던 사람이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싸움에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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