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면서부터 불안한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기도로 인해 이 세상과의 오래된 불화를 수습할 수 있었고
밴댕이 소갈머리 같던 마음이 점차 도량(度量)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나의 나 됨이 나에게 있지 아니하고 나를 지켜주시는 그 임의 은혜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 세상 또는 사람들과 옥신각신하는 일이 잦아들었습니다.
기도는 평안이고 화평이고 은혜임을 깨달으면서 아내와 함께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하루치의 평안과 화평을 허락하신 그 임께 감사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제 손은 기도하는 손이 아니라 세상의 전쟁터에서 싸우는 손이었습니다.
울퉁불퉁 세상사에 걸려 쓰러져서는 제 탓이 아니라 불공평한 세상 때문이었노라고
그 책임을 추궁하며 종 주먹질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속이 풀리지 않을 때는 악에 받친 분노와 증오로
대거리를 하다가 그 쌓인 응어리로 살촉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쏜 살은 과녁을 맞히기는커녕 부메랑이 되어 제 살에 파고들었습니다.
그렇게 숱한 상처와 고통에 지치면서 인생은 꽃 피지도 못한 채 질 뻔 했었던 것입니다.
그나마 악질이 아니었던 것은 다행이었습니다.
악악거릴 힘조차 부쳐서 만신창이 된 몸뚱이를 내려놓았습니다.
침례병원 기도실의 기도는 기도가 아니라 울부짖음이었습니다.
울부짖음의 기도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아, 사람에게 토해낸 아픔의 덩어리는 흉한 생채기로 떠돌 수 있지만 간구의 기도는
하늘에 새겨져서그 언젠가 치유의 날을 맞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울부짖음과 신음의 기도,
기도할 힘조차 없었던 망연자실의 기도와 묵묵히 기다려야 함을 깨닫고 드린 묵상의 기도….
그 기도의 힘으로 구곡간장(九曲肝腸)을 헤쳐
예순줄에 접어든 인생이 마침내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 기도의 대부분은 가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딸에 대한 축복의 기도인데 신기한 것은 축복기도는
그 어떤 샘물보다 맑고 깊어서 날마다 두레박 가득히 퍼서 올려도
마르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더 융성(隆盛)해지는 것입니다.
그 기도의 능력으로 인해 가족과 가정에 사랑과 평안의 꽃이 피었습니다.
그 꽃이 시들지 않도록 날마다 감사기도를 드리는데,
몸이 곤하여 기도를 못 드린 날은 차안에서도 드리고, 산책중에도 드립니다.
'이제, 그만해라! 너와 내 가족의 행복도 귀하지만 아픈 이웃과 세상을 위해 두 손 모아다오!
이웃이 안녕치 못하거든 네 가족도 평안할 수 없는 세상이니
이웃과 세상의 안녕을 위해서도 두 손을 모아다오!'
이크!뜨거라~
제 가족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하늘은 기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급한 시절이 지났음에도 두 손과 입술은 습관처럼 기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경고를 지나치지 않고 회개하는 게 옳겠습니다.
가엾은 제 인생에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긍휼의 기도를 올렸던 숱한
이들에게 감사기도 드리면서 이제서야 그들의 이름을 외워봅니다.
그리하여 부끄러운 마음을 가다듬으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수고하는 이들과
그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이름을 외우며 중보(仲保)기도를 올립니다.
'좋은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대로 살아본다는것 (0) | 2015.06.03 |
---|---|
노년기 적응. (0) | 2015.06.01 |
人生의 배낭 속에는 (0) | 2013.07.24 |
잘못된 나의습관 (0) | 2012.08.31 |
그냥.... (0) | 2010.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