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나의습관

 

가족 생일, 결혼기념일처럼 매년 빼먹지 않는 기념일이 몇 개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저절로 생각나는 날도 있습니다.

2009년, 10월 5일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대장암 수술을 받은 날인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시간을 지금까지 별탈없이 지내왔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가야 할 날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와함께 병상생활 하시던 환우분들은 모두가 안타깝게도 별세했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시며 살아볼려고 애쓰던 분들이어서 눈에 모습이 선합니다.

보통 병원에서 '완치(完治) 판정'을 내리는 기준인 5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니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저 역시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요.

그렇다고 최악의 상황을 미리 가정해 불안에 떨며 지낼 생각은 없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의 일은 하느님께 맡기자는 게

지난 시간 삶과 죽음에 대해 수없이 생각해본 뒤 내린 제 결론입니다.


2010년 6월 항암치료를 끝낸 뒤 지금까지 복부 CT(컴퓨터 단층촬영), 폐 엑스레이 촬영,

동위원소 촬영 검사를 6개월에 한 번씩 받았습니다.

대장암 재발과 간·폐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3개월마다 혈액을 채취, 종양마커 검사(암세포 존재 여부를 나타내는 물질 검사)와

백혈구 분획검사(면역력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백혈구 수치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검진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수동적인 행위입니다.

 
내 몸 상태를 알려줄 뿐 치료행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몸 상태의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환자의 입장에선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가장 큰 게 스트레스입니다.

평소에는 멀쩡했던 몸이 검진을 앞두고는 온통 이상하게만 느껴지는 것입니다.

옆구리에 조그만 통증이 있어도, 소화가 잘 안 돼도 '혹시' 하며

 

재발이나 전이를 떠올리며 잠을 못 이룹니다.

그 스트레스의 강도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알지 못할껍니다.



며칠 전부터 속이 불편했던 터라 "암이 간으로 전이됐나 보다" 하고 지레짐작을 했습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온갖 복잡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주치의한테 가서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최악의 답변을 들을 준비를 하면서….

주치의는 "콩팥에 작은 물혹이 하나 있긴 한데,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3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지옥'과 '천당'을 오간 느낌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검사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내가 주체가 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암세포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내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건강식을 챙겨 먹고 매일 적당한 운동을 하기 위해 애썼고, 금정산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산행을 하였습니다.

 

스트레스 없는 생활을 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센터에 복귀한 이후에도 직원들이나 가족들의 배려 속에 그런 생활 습관은 잘 지키고 있는 편입니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게된 것은 다 그노무 "암" 덕분입니다.

이제는 혹시 몸 어딘가에서 이상한 게 느껴져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혹시 건강검진이 겁나거나 귀찮은 분들은 일단 자신의 생활습관 점검부터 해보시면 어떨까요?

잘못된 식사 습관은 없는지,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을 너무 자주 먹지는 않는지 체크해 보시길 바랍니다.

하루에 얼마나 웃고사는지, 늘 스트레스에 찌들어 살고 있는것은 아닌지도 곰곰이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생활 속에서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을 헤아리는 일이 병원에서 검진받는 것보다 더 귀찮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을 걱정하는 분이라면 꼭 해야 할 일입니다.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로잡기로 마음먹고 하나 둘씩 실천한다면

 

병원검진도 겁내지 않고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제 허락받은 삶의시간이 또시작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