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가 찾아와서는 작호(作號)를 부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의 원효(小性居士)와 백결(百結)선생이 호의 효시이다,
이는 성인이 된 사람에게 본명을 부르는 것을 피하는 풍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로 자신이 짓거나 아니면 친구가 지어 준다.
호를 짓는 데는그 작법이 있는데, 대략 이러하다.
자기와 인연이 있는 지명, 지향하는 목표, 처지, 사물, 이 가운데서 연관하여 짓는다.
이런 사실을 설명해 주면서 친구의 뜻을 물었더니,
그는 <農>과 관련 해서 지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農으로써 최고의 뜻이 담긴 것이면 좋겠구나! 하고서는
"最"를 우리말로 할 경우, <땡이>에 해당하는데, 어떠냐고 하니
장난하지 말고 잘 지어 주면 술 한잔 잘 사겠다고 한다.
그래서, 지어 준 號가 <農友> = 農과 벗한다. 됐느냐 ? 하니
이 친구 아주 흡족해하며 돌아 갔는데, 불과 며칠 후 헐레벌떡 찾아 와서는 처음부터 장난을 해 되더니
결국 이 꼴이 났다면서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이 친구에게는 규모가 제법 큰 친목회가 있는데 회원명부를 만들면서
이름과 함께 호를 병기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 이런 놈의 착오가 생길 수 있는지 모르겠다 고 하면서,
하는 말이 명부에 인쇄가 되기를 자기의 호가 <農友>가 아닌 <農牛>
즉, "소 새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서는,
그것 참! 제대로 되었네~, 라고 하니,
이게 어디 보통 일이가? 웃을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더 큰 문제는
이젠 이 "소 새끼"가 다시는 어찌할 수 없는,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요지부동의 확고한 사실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야! 이칭구야~, 횡재했네, 횡재 ~ 비문에까지 새길 이름 얻었으니------
실인즉 처음부터 못 떠올려서 그렇지
<農牛> 우연이지만 정말 제대로 찾긴 한것이다.라며 설명을 해 줬다.
소만큼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우직하며
죽은 뒤에까지 남에게 자기를 다 내어주는 그런 것이 세상 어디 있는가.
참으로 멋진 號를 하늘이 내려 준거라고 하였더니 쾌히 승락 하며 만족해 하여 돌아 갔다.
몇달후 만났는데 그 친구 말인즉슨 號에 담긴 깊은 뜻은 아량곳 없고
여전히 소 새끼로만 불려지고 있다고 하며 이젠 어쩔 수 없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하였다. 소 새끼가 큰 소 되는 것은 자명한 일로
시간 문제이니 때를 기다리라며 단단히 일러 주었다. 제발 좀 흔들리지 말라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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