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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없는 운영, 견실한 예산.

by 은빛지붕 2023. 9. 30.

내가 살던 마을의 산 중턱에는 짓다가 중단된 커다란 건물의 철골물이 녹이 벌겋게 쓴 채로 흉물스럽게 서 있다.

어느 기업인가가 건축하다 말고 부도가 난 것임에 틀림없다. 한의원을 경영하던 내 친척은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으로 많은 대출을 받아 나이트클럽을 한다고 큰 건물을 지었지만 운영이 잘 안 되고 자금 회전이 안 되어 부도가

났다. 그의 모든 형제와 부모의 재산까지도 다 날리고 그는 중국으로 도피해 있다. 그의 가정뿐 아니라 부모 형제들의

집안까지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하물며 한 국가가 나라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모든 국민이 이런

고통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2013년 6월 9일에 네이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공유되어 있다. “재정 위기 충격으로 국가

도 사태에 몰렸던 그리스가 IMF 구제 금융을 받았지만, 온 나라는 초토화 상태입니다. 거리엔 실직자와 노숙자가 넘쳐

납니다.” 2007년 우리나라도 부도 위기 직전에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았다.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고 가족들이 고통을

겪었으며, 국가의 주요 기업들이 외국에 헐값으로 팔려 간 것이 엊그제다.
개인은 말할 것 없고 국가나 기업도 빚을 지면 쓰라린 고통을 맛볼 수 있음을 우리는 현실을 통해 생생하게 보고 있다.

빚진 자가 빚쟁이들로부터 당하는 수모는 보기에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일찍이 솔로몬이라는 현자는 “부자는 가난한

자를 다스리고 빚진 자는 꾸어 준 자의 종이다”(잠언 22장 7절)라고 말하였다. 재무 이론가들은 말하기를 기업이 적절한

부채를 사용하여 법인세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하지만 선진국가 대부분의 견실한 기업들이 부채 사용을

억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견실한 기업들이 엔고 현상과 장기 불황으로 어려운 때에도 버틴 것은 그들이 부채

없이 기업을 경영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IMF 사태를 경험한 후에는 무(無) 차입(借入) 경영을

표방하며 부채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부채를 사용하면 경기가 좋을 때는 이자를 지불하고도 남는 부분을

취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지만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어 찾아오는 불경기에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으로 부도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경우, 부채를 이용하지 말고 수입 안에서 생활해야 평안을 누릴 수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수입이

적어도 빚지지 않고 살겠다고 결심해야 할 것이다. 한 저술가는 “빚을 천연두를 피하듯이 피하라.”, “죽과 빵만 먹고

살지언정 아무에게도 아무 빚을 지지 마시오.”라고 충고한다. 빚 없이 건실하게 운영하려면 사전에 견실한 예산을

세워야 할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이 목적 달성을 위해 사업 계획을 세우는바 그에 따른 자금 조달과 집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인 예산을 세우게 되어 있다. 자금의 사용 없이는 어떤 사업도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산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예산 편성을 하는 과정이 의미가 있다. 예산 편성의 과정을 거치면서

미래를 내다보고 사업 계획을 하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미래의 상황은 예측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대로 예산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하게 세워야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 편성을 하는 

과정을 통해 최고 경영자의 비전과 전략이 실행을 담당한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부서간의 갈등 상황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예산 편성은 의사소통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사후에 평가를 할 때 예산 편성시에 세운 목표를 그 기준을

삼을 수 있다. 예산 편성 과정은 이런 좋은 기능을 할 수 있는데도 예산 편성을 형식적으로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단지 숫자만 꿰어 맞추어 예산을 세우기 때문에 예산대로 집행하지도 않고 최고 경영자가 임의대로 집행하거나 주먹

구구식으로 자금을 사용함으로 낭비가 되고, 사업 목표 달성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 부도 사태에 직면하기도

하는 예들을 볼 수 있다. 흔히 많은 기업이 운영상 이익을 내면서도 일시적으로 자금 흐름이 막혀서 부도가 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현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르러 오는 안타까운 사태이다. 기업에서 현금은 사람의 몸으로

말하면 피와 같은 것인데 피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자금 관리 담당자의 주요 임무 중 하나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사전에 현금 흐름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예측을 통해 현금이 부족할 것이 예측되면, 미리 자금 조달

혹은 차입 계획을 세워야 하고 여유 자금이 많으면 부채의 상환이나 자금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금 흐름 예산에는 운영 자금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 계획도 반영해야 할 것이다. 현금 흐름 예산은 예산 기간을

1년으로 할 수 있지만 더 현실적인 현금 흐름 파악을 위해 1개월 단위, 더 짧게는 1주 단위로 그 흐름을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 예산이 실현 가능한 것이 되도록 하려면 비전과 일반 지침은 최고 경영자가 제시하더라도 사업 목표,

더 나아가 실행 방안들은 구성원이 참여하는 예산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구성원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달성할 수 있는 방안들이 제시되기 때문에 그 실현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이다. 근래에 어떤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주민들의 사업 계획을 제안하는 제도를 통해 주민들의 만족을 높이는 행정을 이끌어 가는 것을 보았다.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참여 예산은 조직 구성원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그들을 만족하게 하며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운영이 된다. 예산 편성 방법은 증분예산과 영기준예산을 활용한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매년 예산을 세울 때 전년

도의 예산이나 결산 수치를 조정하여 사용한다. 전년도에 비해 달라진 물가, 환율, 금리 등 거시경제 환경 변화와 해당

산업이나 관련 산업의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해당 항목을 조정한다. 특별히 조정할 내용이 없으면 전년도의 예산이나

수치를 그대로 사용한다. 이런 방식으로 편성된 예산을 증분예산(Incremental Budget)이라 한다. 증분예산은 환경

변화에 따라 관련 항목만 조정하므로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과 시간으로 수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과거의 금액을 상당 부분 그대로 사용하므로 해당 수치의 타당성을 확신할 수 없다. 또 한 번 승인된 금액이

그대로 사용되므로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모든 예산 금액의 적정성을 확인하려면

영기준예산(ZBB : Zero Based Budgeting)을 사용한다. 자금 사용의 효율성과 사업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

모든 예산 금액을 원점에서 시작하여 타당성이 인정되는 금액만 승인하고 편성하는 것이다. 과거에 승인되었다고 해서

계속 그 타당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영기준예산은 효율적 예산 편성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모든 항목을 분석

평가해야 하므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증분예산과 영기준예산을 절충해서 

사용한다. 즉 주요 항목과 계속 사업에 대해서만 원점에서 그 타당성을 검토하고 다른 항목에 대해서는 증분예산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계속 사업은 그 규모가 커서 예산액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사업에 대해서는

재검토해서 타당성이나 효과가 상당히 가능성이 있을 때에 사업을 계속하고 그렇지 않으면 변경 내지 취소하는 것이다.
예측력이 비록 떨어지더라도 예산 없이 운영하는 것보다는 예산 편성을 통해 운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성을 기할 수

있고 조직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것이다. 어떤 불황에도 견디는 기업, 작은 수입으로도 무엇인가 나눠 줄 것이 있도록

저축할 수 있는 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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