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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행복이 머무는 자리

by 은빛지붕 2024. 3. 6.

 

 

 

서울 종로에 있는한 중국집 이야기이다. 

‘맛이 없으면 돈을 안 받습니다.’라고 써붙인 집이다. 

그러나 주인에게 물어 보니 지금껏 한 사람도 돈을 내지 않고 간 손님은 없었단다. 

그 중국집을 자주 가던 한 친구가 그곳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좀 한가한 시간이었다. 할아버지와 열 살 남짓한 남자아이가 자장면을

먹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자꾸 아이의 그릇에 자장면을 덜어주더라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험한 일을 많이 한 사람처럼 거북등 손이었고, 아이도 바지와 티셔츠가 짤동한 것이

그들의 형편을 알 수 있었다. 친구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단 둘이 살면서 손자가 하도 자장면을 먹고 싶어하니까 큰맘 먹고 자장면 나들이를 한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주인이 주방에 대고 크게 소리치더라는 것이다.
“주방장, 자장면 조금만 줘 봐, 오늘 자장면 맛을 못 봤네.”
반 그릇 짜리 맛배기 자장면은 금새 나왔고, 맛을 본 주인은 주방장을 불러 세웠다.
“이봐 주방장, 오늘 이 자장면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거 아냐? 간도 잘 안 맞는것 같고….

이래가지고 어떻게 손님들에게 돈을 받을 수가 있겠나….”
그러고는 주인은 할아버지와 손자 앞으로 정중히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오늘 자장면은 별로 맛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꼭 맛있는 자장면을 드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자칫 손해 볼 일이 하도 많다보니 우리는 늘 각을 세우고 살게 된다.

하지만 손해 보지 않으려고 세워 놓은 날카로운 각은 보이지 않는 내 인생의 살점들을 먼저

도려내게 마련이다. 그렇게 살다보니 가까운 사람들을 멀리 떠나 보내고 결국은 외로운 섬에

자신을 가두어 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그 주인은 자장면 두 그릇값을 손해본 걸까? 

그는 자장면 두 그릇으로 자장면 수 백 그릇 되는 삶의 값어치를 어낸 진짜 장사꾼이 아니었나

싶다.


인생이라는 손익계산서는 그렇게 기록되어 가는 것이다. 여러 해 동안 나는 지도자들을 교육하는

연수원에서 일하면서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치료받기 어려운 질병인지를 경험했다. 

끼니 때마다 과일이 제공되는데 간혹 식사시간을 놓쳐 늦게 식당에 가면 남아 있는 과일은 언제나

찌그러지고 못난 것뿐이었다. 뒤에 오는 이들을 생각했더라면 오히려 좋은 과일이 남았을 터인데….


수십 번 강의를 듣고 밤새워 소나무라도 뽑을 만큼 맹렬히 기도한들 무엇하랴.

찌그러진 사과만 남기는 심보들인데…. 

숨쉴 틈 없이 꽉 막힌 세상에서도 능청맞은 인정으로 숨쉴 틈새를 열어 주는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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