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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와 “위하여”사랑

by 은빛지붕 2024. 3. 8.

 

 

 

암에 걸려 두 달밖에 살 수 없는 한 남자가 있었다.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고 부부는 한없이 울었다. 

남편은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 놓고 떠날 생각을 하니 비감했고, 아내는 고생을 면할 만하니까

속절없이 떠나는 남편이 가엾고 불쌍해서 부둥켜안고 말없이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아내에게 유언 같은 말을 했다.
“어려운 부탁이지만 나 죽더라도 나만 생각하고, 나만 기억하고 살다가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

부인은 꼭 그렇게 하겠노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다짐했다. 그러나 남편은 걱정이 되었다.

그러기엔 부인이 매우 아름답고 예뻤다. “당신은 수절하지 못할 거야.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체념스럽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인격,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했지만 특히

당신의 두 눈과 오뚝한 코를 사랑했었어…. 당신의 맑은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잔잔한 호수를

보는 것 같아 평안했고, 특별히 당신의 오뚝한 코를 보고 있노라면 하나님의 창조의 솜씨를 보는 것

같아 무척 행복했어. 이렇게 죽어도 여한이 없겠노라고…. 그런데 당신이 정말 예뻐서 남자들이

그냥 놔두지 않을 거라고….” 잠잠히 남편의 말을 듣고 있던 아내는 갑자기 밖으로 나가더니 눈

하나를 뽑아 버리고 코를 잘라 버린 후 남편 앞에 돌아왔다.“이래도 나를 못 믿겠나요?

내 목숨이 하나이듯이 내 사랑도 하나예요.”더 이상 무슨 사랑의 증거가 필요하단 말인가! 

두 사람은 뜨겁게 끌어안고 사랑을 고백하며 울고 또 울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달밖에 살지 못 한다

남편이 다섯 달이 지나도 죽지 않았고 일 년 후엔 아예 병이 다 나아버린 것이다. 황혼이 깃든

어느 저녁,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날 따라 심각하게 걷기만 하던 남편이

나지막하게 이런 고백을 하더란다.“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도 사실이고,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코도 없고 눈도 없는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고….”

 

사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때문에 사랑’과‘불구하고 사랑’이다. ‘때문에 사랑’은 원인이

소멸하면 연기처럼 사라지는 조건적 사랑이다. 그러나‘불구하고 사랑’은 악조건 속에서 오히려 더 

깊어지는 항구적인 사랑이다. 결혼이란‘홀로’라는 단어와‘함께’라는 두 개의 상반된 개념을 가지고

출발하는데 이 두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랑은 상처를 입거나 깨지고 만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상대에게서 채움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필요를 기쁨으로 채워 주는

것이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이 좋은 배우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 흔히들‘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불행의 요소가

잠복되어 있다.최초에 사랑한다는 말과, 3년 후에 사랑한다는 말은 다르다. 

전자는 환상이고 후자는 타협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주말에도 결혼주례를 서야 한다.

그때 신랑 전진근 군과 신부 김성진 양에게 몇 번이고 다짐해 두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지 마라. 사랑하기 위해서 결혼하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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