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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희망을 보며 만들며

by 은빛지붕 2024. 3. 29.

 스승의 날에 네가 보낸 편지 답장을 새해 새날에 전한다. 전날 밤, 혼자 방에 들어가 한 시간이나 정성들여 썼다던 7줄의 편지. 그리고 인터넷으로 카네이션 접는 방법을 찾아서 혼자서 색종이로 접었다던 카네이션. 쑥스러움 가득한 네가 그냥 내 책상 속에 넣어 놓았기에, 자칫하면 정우 네 정성을 알아채지 못할 뻔했지만 다행히 네 어머님께서 귀띔해 주셨지.

사랑하는 정우야!
 학교에서는 선생님한테 관심 없는 듯 행동해도 아버지랑은 선생님 이야기 많이 나눈다더구나. 올해‘과학의 날’행사가 있던 날엔 새벽같이 일어나 머리카락을 뽑아 날려 보며 바람의 방향을 찾아보고 글라이더 날리는 연습까지 했다면서? 상을 받으면 선생님께서 좋아하실 테니까 글라이더 날리기에서 꼭 상을 타야 한다며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다지. 과학의 날 금상받은 것, 늦었지만 축하해. 선생님이 힘들어 보였던지“엄마, 내일부터는 학교에서 떠들지 말아야겠어. 내가 떠들면 선생님이 너무 힘드실 것 같아.”라고 이야기했다고…
 이건 비밀인데, 네 어머님께서 훌륭한 스파이(?) 역할을 해 주셨기 때문에 정우가 집에서 한 일들을 선생님이 잘 알고 있는 거란다. 학교에서 네 모습만 보면 네 마음을 잘 알 수 없지만 어머님께서 늘 전달해 주시는 선생님에 대한 너의 진심 때문에 선생님은 얼마나 힘을내고 용기를 얻는지 모른단다.
 그런데 오늘 아침 네 행동에 선생님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단다. 선생님과 우리 반 학생들 앞에서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선생님은 이해할 수 없었어. 너무 속상해서 밤늦게 네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지. 무려 3시간 동안이나 통화하면서 어머님도 우시고, 나도 엉엉 울고… ,
 정우야, 너 그것 알고 있니? 널 위해 어머님께서는 자존심도 내려놓으시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가정의 문제에 선생님을 동참시키신다는 것을. 그리고 널 위해 선생님은 자존심도 내려놓고, 내 문제점에 대해 네 어머님과 함께 고민을 한단다. 아픔이 있지만 행복하고 감사한 눈물이었단다.

행복한 아이 정우야!
 정우, 너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꼭 알려 주고 싶어서 이렇게 선생님이 편지를 쓰는 거야. 너를 위해 눈물 흘리는 어머님이 계시고, 너를 위해 기도하는 선생님이 있는 정우는 참 행복한 사람이거든. 아직은 정우가 그걸 다 알지 못하겠지만 언젠가 네 인생에서 어머님과 선생님의 눈물의 열매를 거둘 때가 있으리라고 믿기에 나는 계속해서 네게 희망을 걸고 널 위해 기도하는 거란다.
 며칠 전 아침부터 교실에 도착하며 드리기 시작한 기도가 있단다.“ 오늘 하루도 예수님이 우리 반의 담임 선생님이 되어 주세요. 저는 이 아이들을 이끌 능력이 없습니다.”그 기도의 응답이 그 하루 동안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우리 반 아이들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는 이루어질 것을 믿기에 나는 내 모습, 네 모습, 우리 반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읽는단다.
 정우, 행복한 사람으로, 복받은 사람으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 주렴. 하나님이 주시는 희망의 씨앗으로서 살아가다 보면, 희망의 증거가 되어 있는 널 발견하게 될 거야. 내가 늘 도와줄게.  난 너에게서 희망을 본단다. 희망을 만들어간단다.
새 아침에 담임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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