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화 속에서 무수히 많은 의미를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더구나 그 의미가 메시지에 그대로 드러나지 않을 때도 많다. 얼핏 보기에는 말 속에 들어 있는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다음 내용을 잘 기억하면 어떤 말이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
우리가 주고받는 모든 말 속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필요한 것이 만족되었는가.’이다. 예를 들면, 엄마가 아이에게 “넌 왜 그렇게 게으르니?”라고 말할 때, 그 안에는 ‘나는 네가 부지런했으면 한다(부지런함이 필요하다.).’와 ‘그것이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이 있다.
“당신은 정말 배려심이 많아.”라는 말은‘나는 배려가 필요해.’ ‘그것이 많이 만족되었어.’라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혹시 동사무소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라고 길가다 마주친 사람이 물었을 때에도 ‘길을
찾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와 ‘그것이 아직 만족되지 않았다.’라는 의미가 있고, 내가 길을 가르쳐 주자 그가 “감사합니다. 정말 친절하시네요.”라고 하면 ‘도움이 필요했는데 이젠 만족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이것을 좀 더 외우기 쉽게 모든 사람이 하는 말 속에는 ‘please’ 와 ‘thank you’가 들어 있다고 기억하자. ‘please’는 ‘무엇이 필요하다, 무엇을 원한다, 무엇이 중요하다, 무엇에 가치를 둔다, 어떤 욕구가 있다, 무엇을 바란다.’는 의미가 있고,‘thank you’는 ‘그것이 만족되었다. 혹은 아니다.’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이처럼 무엇에 대한 필요와 그것의 만족 여부를 나타내는 의미가 대화 속에 들어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을 품는 독자가 있을지 모른다. 필자의 답은 대화가 본질적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서로 주고받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기 이전에 생명체다. 생명체가 무생물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아마 여러 측면에서 차이점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을 아우르는 중요한 차이점은 생명체는 무생물과 달리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자기 개체를 유지하고 살아가기 위해 늘 무엇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공기를 필요로 하고 물과 음식, 잠자리, 은신처 등 생명을 잘 유지하기 위한 온갖 물질과 물리적인 환경을 필요로 한다. 그뿐 아니라 우리의 기능을 잘 유지하고 좀 더 행복한 상태를 누리기 위해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것이 필요하다.
많은 생명체가 환경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고 영향을 주는 감각과 인식, 대처 반응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이런 것의 근본적인 지향점은 개체의 생존을 유지하고 최상의 존재 상태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도 그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다만 인간은 다른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주고받고 나누는 것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지금 우
리의 삶을 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무엇을 주고받으며 필요로 하는 것을 채우고 채워 주며 살아가고 있다.
소통 즉 대화는, 근본적으로 각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서로 잘 주고받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필요를 잘 채우기 위해 대화를 사용하는 것이니 그 안에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잘 만족되었는지에 관한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대화는‘생명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 기여하고 생명에 기여하기 위해 사용하게 된 대화가 어떤 연유에서 서로를 해치고, 상처 주고, 억압하는 것으로 변질되었을까? 다음에는 이와 같은 내용을 살펴볼 것이다. 꼭 기억할 것은 대화의 본질은 우리의 생명과 삶에 기여하는 필요한 것을 나누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좋은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에는 장사가 없다더라 (0) | 2024.04.22 |
---|---|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0) | 2024.04.21 |
소외와 단절을 일으키는 대화 (0) | 2024.04.19 |
'말’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0) | 2024.04.18 |
성큼 다가온 봄을 즐기자 (0) | 2024.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