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특성 중 하나가 조급한 것이다. 인스턴트 문화가 그것을 잘 말해 준다. 시간들여 요리하지
않아도 몇 분만에 음식이 나오고, 단추만 누르면 열리고 닫히고 켜지고 꺼진다. 키만 누르면 즉각
떠오르는 컴퓨터 화면 위에서 몇 초 기다리는 것도 짜증스러울 정도이다. 이런 즉석 문화에 한국
사람의 ‘빨리빨리’ 성격이 만나면 오래 참음이나 기다림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서먹하게 느껴진다.
이 조급증은 인간관계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남녀의 사랑이 그렇다. 금방 만나서 사랑하는가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쉽게 돌아서 버리며 사랑은 믿지 못할 거라고 가슴 아파한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듯이, 서로를 잘 알지 못하면서 비현실적인 기대나 환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짧은 사랑이
실망과 아픔뿐인 것은 당연하다. 시간이라는 시험을 거치지 않는 사랑은 자기 사랑의 연장선에
불과한 순간적 감정놀음일 수밖에 없다. 오래도록 변치 않는 사랑의 관계를 맺기 바라지만 그것을
위해 참으며 기다리려 하지 않는 조급한 시대, 조급한 사랑 때문에 이혼율은 높아지고 있다.
성경 고린도전서 13장은 사랑에 대한 모든 특성을 열거하고 있는 사랑 장(章)이다. 그중에도 오래
참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딘다는 기다림과 인내에 대한 속성이 가장
많이 묘사되어 있다. 이 바라고 믿으며 인내하는 사랑은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사랑
의 특성이기도 하다.한 어머니가 있었다. 17세에 결혼하여 6·25 때 남편을 잃고, 힘들게 기른
외아들이 군에 가서 사고를 내고 탈영한 후 또 사고를 저질러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교도소를 옮겨 다닐 때마다 그 옆에 방을 얻고 떡 장사를 하며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그러면서 그림을 그리기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화선지와 붓과 물감을 사서 넣어 주었다. 19년째
가 되던 해 무기형이 감형되고 교도소를 나오게 되었을 때 아들은 그림의 대가가 되어 국선에도
입상하고 개인전도 열게 되었다. 그가 바로 황창길 화백이다. 황 화백은 자신의 그림에 떡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팔러 다니는 허리 굽은 어머니 모습을 그리기 좋아한다고 한다. 무기징역 형을 받은
아들을 버리지 않고 20년을 기다리며 믿으며 바라며 뒷바라지한 어머니 이야기는 참으로 끝없는
인내와 기다림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하며 이해받는 것에 굶주려 있다. 시간에 쫓기는 부모는 부모대로 조급
하여 비현실적인 기대로 아이를 다그친다. 왜 다른 아이는 잘하는데 너만 그러냐는 식으로 무차별
비교까지 한다. 그러나 이런 조급증을 부리는 부모가 알아야 할 것은 ‘아이는 아직 자라는 중’이라는
것이다.자녀 양육은 농사와 같아서 조급하게 자주 건드리고, 잡아당기고, 옮겨 놓으면 망치게 된다.
좋은 농부는 어린싹이 훌륭하게 자라 주리라는 기대감으로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시간을 주면서 기다릴 줄 안다. 천천히 기다리면서 아이를 관찰하면, 대화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되니 아이와의 관계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자녀와 배우자가 부족한 것이 많아 불편과 괴로움을 주는
가? 그들은 아직도 공사 중인 사람들이다. 꾸중과 비난보다 기다림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실,자녀나 배우자의 부족함 때문에 화나고 조급해 진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문제이기보다는 자신
의 문제이다. 미숙한 사람은 오래 참는 사랑을 할 수 없다. 미숙할수록 조급하고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기 때문이다.다른 사람에 대한 인내가 부족할 때마다 되돌려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여기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의 미성숙을 참아 주었고 얼마나 많은 기회가 주어졌는
가? 아이까지도 부모인 나의 미성숙을얼마나 많이 참아 주었는가? 무엇보다도 나의 부족함에 대한
하나님의 인내를 생각한다면 배우자나 아이를 향한 기다림과 인내의 사랑이 조금은 쉬워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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