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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그 멀고 먼 길을 돌아서

by 은빛지붕 2024. 6. 7.


지난 여러 해 동안 배우고,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들 중에서 가장 값진 진주로 보였던 일들을 적으려고 한다.

 그날은 어느 화요일 저녁이었다. 약 10년 전의 일인데도 내가 그날을 기억하는 것은 그 당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요일에는 이곳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학생들을 치료했었기 때문이다. 밤 10시쯤에 한 환자에게 전화가 왔다. 이때 오는 전화는 대개 응급실에서 오는 전화인데 뜻밖에도 전화를 건 사람은 한국인 여자분이었다.
“고 박사님이신가요? 저는 홍현순(가명)이라는 사람인데 저가 꼭 박사님을 만나고 싶습니데이.”
“무슨 문제이신데요?”
“제 발 복숭시 뼈 있는 데가 혹이 났는기라요.”
 다행히 응급실에는 가지 않아도 되어서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면 내일모래 제 사무실로 오십시오.”

“아니요. 저는 웨스터민스터에 사는디 내일 볼더 사무실로 찾아뵙고 싶습니데이.”
“아, 그러시면 4시경에 오십시오. 제가 내일은 하루 내내 학생들을 치료해야 합니다. 그래서 4시 이전에는 만나 뵐 수가 없습니다.”
“그라믄 내일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디, 어디로 가면 됩니까?”
 나는 사무소로 오려면 어떻게 버스를 타는지에 대해서 알려 드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오전 10시경에 사무실 간호사 수잔(Susan)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 한국인 부인이 와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직감적으로 홍 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시간에 사무실에 들렀더니 키는 150센티미터 정도지만 몸은 약간 크신 70세 정도의 부인이 큰 글자 성경책을 읽고 있었다. 앉은 모습부터가 단정했다.
 72세. 일제 말기에 경북여고를 나온 재원으로 초등학교 교사를 오래 하셨다. 남편은 경북대 교수로 재임하다 애석하게도 40대에 일찍 돌아가셨다. 아들은 서울공대 수석 졸업 후 MIT에서 박사학위를 땄고 지금은 미국계 회사 한국지사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홍 부인은 30년 장로교인이고 현직 권사로 금요일 저녁에는 매주 철야 기도를 한다고 했다. 믿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일찍 오셨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면서 4시까지 성경을 읽고 있겠다고 하신다.
 4시에 도착하여 자세히 검진해 보니 골다공증에서 한 발 더 악화되어 뼈가 휘어지는 지경이었다(골연화증, osteomalacia). 그래서 두 다리가 모두 활처럼 휘어졌고 관절의 모든 연골이 닳아서 식료품상이나 백화점에 갈 때는 아예 며느리나 딸들이 휠체어에 태워서 밀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연골이 완전히 닳아서 절대로 걸어서는 안 된다.”는 선언을 받으셨다고 했다. 관절염이 심해서 진통제를 매일 복용하고 고혈압 약도 복용하고
있었다. 걸을 때 상당히 다리를 저셨다.

“사모님, 제가 권하는 대로 하실 수 있겠습니까?”
“저는 고 박사님이 하라는 대로 모두 하겠습니다.”
 나는 평소에 환자들 대부분에게 권하는 대로 NEWSTART(Weimar Institute의 등록 상표명) 건강법을 알려 드렸다.
“현미나 통밀, 신선한 채소, 과일, 콩, 팥과 견과류를 잡수시고, 하루에 40분 이상 걸으시면 좋습니다.”
“아, 그런데 제 관절에 물렁뼈가 다 닳아서 걸으면 큰일 난다고 하던데요.”
“그래도 걸으셔야 합니다. 그러면 연골이 재생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말씀으로 믿고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내가 권한 건강 원리를 실천하여 건강에 유익을 본 사람이 많지만 나는 오늘날까지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으로 믿고 그대로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하여 홍 권사는 생활 방식을 완전히 변경하였다.
 그런데 그분의 딸이 영양사이기 때문에 “이제 우리 어머니가 영양실조에 걸려서 일찍 죽게 되었다.”고 큰 근심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2주일이 지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매일 아프던 무릎이 아프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해 동안 하나님께 치료해 달라고 기도했는데도 점점 나빠지기만 했었는데 2주일 사이에 현저히 좋아져서 약을 먹지 않아도 아프지 않은 것이다. 드디어 모처럼 잠을 편히 잘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런데 덩달아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체중이 노력 하나 하지 않고도 3킬로그램이 줄어드니까 거동하기가 훨씬 편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걷는 것은 불편하였다.
 그 무렵 마침 러브랜드라는 곳에 있는 에덴동산 치료원에서 1주일간 환자들을 모아서 합숙 치료를 했었는데, 첫날 걷는 운동에서 유일하게 4킬로미터를 못 걸은 분이 이분이었다. 200미터쯤 걷더니 더 이상 못 걷겠다는 것이었다. 약간 실망한 홍 권사와 함께 나도 걷기를 중단하고 강의실로 돌아왔다.
“홍 권사님, 괜찮아요. 오늘 400미터 걸으셨으니까 내일은 100미터 더 보태서 500미터 충분히 걸으실 수 있어요. 그렇게 매일 100미터씩 늘려 가면 됩니다.”
 다음 날 홍권사는 참으로 500미터를 걸었다. 그뿐 아니라 모든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두 달 뒤쯤 나는 홍 권사 댁을 방문하였다. 부엌에는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자주색 포도송이와 신선한 녹색 채소, 팥과 수수물이 배인 현미밥, 맛 좋은 김, 미역 그리고 혈관에 이로운 호두, 아몬드 등이 거의 저울에 재어서 마련한 것처럼 질서 정연하게 요리대 위에 놓여 있었다. 이렇게 정확히 따르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이제 하루에 6킬로미터를 걷는데 전혀 무릎이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거의 하루에 100미터씩 더한 셈이다.
 이번에는 내가 놀랐다. 어떻게 이분은 나라는 사람이 전한 기별을 듣고서 그것이 내가 전한 기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말씀으로 믿고” 따를 수 있었을까? 무엇이 이분을 그 많은 사람과 다른 귀를 갖게 하였을까?
 그런 다음 나는 이분이 매주 금요일 저녁에 철야 기도를 했다는 점 그리고 지난 30년간 성경을 읽음으로써 그분의 귀가 지혜롭게 변화되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마태복음 6장 33절 참조).
 그동안 나는 동일한 기별에 대하여 왜 어떤 사람은 반응하여 도움을 받고, 어떤 사람은 그 기별을 받지 않은지에 대하여 의아해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야 두 살짜리 어린애와 사탕이라는 비유를 생각해 보고서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두 살짜리 어린이에게 눈깔사탕과 100만 달러(약 10억 원)짜리 수표를 주면 어린이는 어느 것을 선택할까? 말할 것도 없이 어린아이는 사탕을 원한다. 그렇다고 어린이는 눈이 없는가? 눈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100만 달러짜리 수표가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눈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필자가 지난 여러 해 동안 배우고,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들 중에서 가장 값진 진주로 보였던 일들을 적으려고 한다.
 다음 편에는 현재 미국인들이 어떤 병을 가장 많이 앓고 있으며, 그러한 병들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서 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병들이 현재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그 글에서 ‘좋은 진주’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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