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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호흡하다

by 은빛지붕 2024. 11. 8.

 

 

 

탈무드에 ‘날개의 쓰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원래 땅을 걸어 다니는 작고 약한 동물이었던 새가 한동안 다른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관찰하다가, 자신의 모습을 볼품없이 불공평하게 만드셨다는 생각에 신을 찾아가 항의하였다. 새의 말을 듣던 중 신은 새의 손을 날개로 바꾸어 주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가 다시 찾아와 툴툴거렸다. “신이 만들어 준 손은 너무 넓적하고 무겁고 무서운 적이 나타났을 때 뛰어 도망하기가 전보다 더 어렵습니다. 또 손이 없어지니 불편하고 손으로 했던 일도 입으로 해야만 합니다. 불평이 많은 저를 골탕 먹이려고 날개를 주신 것 같은데, 이것을 다시 사라지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신은 호탕하게 웃으며 “이 어리석은 새야! 너에게 손을 대신해 날개를 준 것은 하늘로 높이날아올라 적으로부터 피하고 넓고 푸른 창공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게 하려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그저 손이 없어져 불편해졌다 생각했던 새는 신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두 날개를 펄럭거려보니 몸이 서서히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게 아닌가!


이와 같이 우리도 유용한 날개의 쓰임을 깨닫지도 못한 채, 상대방과 비교함으로 오는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새로운 가치 추구에 대한 자유 의지를 포기한 채 방황하며 세파에 휩쓸려 가고 있지는 않는지, 자유 의지에 대한 성서적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인간의 삶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서부터 음식의 선택, 칫솔질하는 방법, 입을 옷 고르기 등 사소한 것들부터, 전공과 직업의 선택, 독신으로 지낼 것인지 결혼할 것인지, 어떤 배우자를 선택할 것인지와 같은 좀 더 중요한 일들에 이르기까지…. 나아가 전쟁의 종식을 위해 국가 간 평화의 협상을 할 것인지 원자 폭탄을 투하할 것인지의 중대한 결정의 매 국면이 다 선택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이러한 선택의 결과로 인간은 다양한 희로애락을 경험하게 된다.


윤리적 규범이나 관습은 때로 자유 의지를 굴절시켜 기꺼이 수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낳기도 한다. 예를 들어, 노약자에게 자의로 자리를 양보할 경우 비록 서서 힘들게 갈지라도 자긍심을 느끼지만,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양보한 경우라면 결과는 동일할지라도 그리 흔쾌한 경험이 되지 않음은 자신의 자유 의지적 선택이 남에 의해 방해를 받은 까닭이다.인간에게 자유가 공기와 같다면 자유 의지는 그 공기를 호흡하는 것과 같다. 공기 없이 살 수 없음같이 인간은 자유 의지 없이 호흡하지 못하므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자유를 원하는 인간이 자유 의지를 활용하는 일은 삶의 필수적 요소라 하겠다. 자유가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베푸신 생존 환경의 완전함이라면 자유 의지는 완전한 존재로서 생존을 위한 특권인 동시에 인간에게 부여하신 행복을 얻고 공유하기 위한 방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태초에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형상대로(창세기 1장 27절 참조) 인간을 창조하시되 당신의 사랑과 공의를 이해할 수 있으며, 당신께 순종과 불순종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를 가진 도덕적 행위자로 만드셨다. 인간은 스스로의 생각과 의지가 전혀 없는 로봇처럼 창조되지 않았으며,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동물과도 확연히 구별되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강압적으로 당신께 복종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드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여기셨기 때문이다.자유 의지라는 선물과 더불어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분별하는 지혜를 부여하셨다. 성경은 “저희는 지각을 사용하므로 연단을 받아 선악을 분변하는 자들이니라”(히브리서 5장 14절)고 한다. 즉, 생각하고, 판단하여 결정하는, 이성적인 지각의 과정을 통하여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므로 자유 의지는 지성적인 선택에 근거를 두어야 하며, 그것은 분별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강화된다. 인간의 뇌는 선택의 자유와 조화를 이루어 작용하도록 경탄스러울 만큼 놀랍게 설계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자유 의지에 의한 선택이 완전한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이상과 부합될 때 인류는 참된 기쁨과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인류의 첫 조상에게 주신 자유 의지가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졌다. 인간은 그것이 선이든 악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인간은 궁극적인 행복을 누리거나 불행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 한국 사회를 분노하게 한 ‘도가니 신드롬’을 생각해 보자. 가해자는 세속적 힘에 군림하면서 자신의 자유 의지를 오용해 약자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압제하여 파괴함으로써 그들의 영혼을 피폐하게 할 만큼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가하며 자신의 일시적인 쾌락을 누리는 일에 오용하였다. 또한 잠시의 쾌락은 결국 가해자 자신까지도 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자유 의지에 따른 개인의 선택에는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성경은 “자유 하나 그 자유로 악을 가리우는 데 쓰지 말”(베드로전서 2장 16절)라고 권고함으로 그 자유 의지를 남용하지 않도록 하신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자기의 의지대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사상이나 학문을 습득하는 능력을 지녔다. 그의 선택이 선한 것을 선택하는 경향으로 꼴 지어지거나 악한 쪽을 선택하도록 꼴 지어질 수도 있다. 그 선택이 어떤 것이든지 간에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판단과 선택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자유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유 의지는 인간의 존재 방식이며,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삶의 틀이 형성된다 하겠다. 또한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조건임과 동시에, 자유 의지에 따른 선택의 결과로 인해 우주와 인간을 지으신 하나님께 영광을 되돌려 드릴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하나님께서는 첫 조상인 아담과 하와에게 그들의 선택의 결과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말씀하셨지만 죄를 짓지 못하도록 강제하지는 않으셨으며, 동일하게 선을 행하는 일에서도 그는 결코 강요하지 않으셨다.

 

인류를 향한 구속의 계획에서조차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부여받은 자유 의지로 스스로 자신의 구원을 선택하기를 기대하시며 기다리신다.세상 만물이 물리적인 법칙에 따라 존재하듯이 피조물인 인간도 하나님의 이상대로 자유 의지를 활용하며 그와 소통하는 삶으로 순응할 때 자신이 존재할 뿐 아니라 이웃과 그가 속한 사회가 진정한 행복을 영위할 수 있도록 창조되었다. 신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새가 두 날개를 펄럭거리자 몸이 서서히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게 된 것처럼, 우리의 자유 의지를 하늘을 향해 비상시켜 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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